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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빛 Jun 15. 2023

눈부신 이야기의 힘

<눈부신 안부>, 백수린

읽어야 할 이유

<클래식>의 첫사랑 찾기와 <국제시장>의 신파 조합인 줄 생각했지만 놀라운 변주가 숨어 있는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 소설.  


추리 소설 형식의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즘/당사자성 같은 소수자 이슈까지 무리 없이 포용한다.  최근의 한국 문단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꼈던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 아름다운 이야기의 세계.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라는 문장처럼 인물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날,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날에 어울리는 책.  

   

기억에 남는 문장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그 아래 이모는 다시 <생의 한가운데> 그 구절을 적었다.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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