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악 페스티벌을 찾았다.
음악을 꽤나 즐겨듣고 자우림, 10cm, 검정치마 등등 애호하는 뮤지션도 많은 사람이지만, 그동안 굳이 페스티벌을 찾지 않았던 건, 인파와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번 피크 페스티벌은 그러한 피로 없이 힐링만을 선사해 준 축제였다. 특히나 평소 인디음악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정말 만족스러운 라인업이었다.객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방식인지라 입장 시간보다 다소 늦게 방문한 친구와 나는 아티스트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무대 외곽의 잔디밭 역시 숱한 인파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직접 마주 보고 호응하는 것만이 즐김의 정석인 것일까. 그냥 모든 걸 소유하려 하기보다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그래서 우리는 무대에서 동떨어진 풀숲의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그들의 노래와 사연을 향유했다.
페스티벌에 처음 참여했다는 뮤지션도 있었고, 신곡에 대해 홍보하는 뮤지션도 있었고, 곡과 관련된 비하인드를 고백하는 뮤지션도 있었다. 곡만 연달아 부르는 형식이 아니라 그런지 정말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감흥이 들었다.
순간순간 친구와 나는 그저 음미하기도 했고, 한동안은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친구도 나도 가삐 달려왔던 일상의 템포를 늦추고 그저 흐르는 대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단 하루의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한 달은 가뿐히 살게 할 귀중한 시간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무대였다. 유라, 다섯, 몽니 등등.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흘러가는 무대들을 즐기며 나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직감했다. 내년에도 이 무대를 찾을 것이라는걸. 아쉬웠던 건, 일정상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 김윤아의 무대를 놓쳤다는 것이다. 부디 내년에는 기회가 있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