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른

by 진담





나는 철이 없었다.

세상은 그럭저럭 살만한 곳이었고 계획한 대로 많은 것이 잘 흘러갔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고충도 있었지만 그건 감당할 만한 수준의 것이었고, 책임보다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더 많던 시절이었다. 힘들고 두려우면 숨을 곳이 있었다.



나 스스로 '철이 좀 들었다' 느끼기 시작한 건 내 이름 석 자보다 ㅇㅇ엄마로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이를 품에 안고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나는 직감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집에 돌아온 첫날부터 밤마다 우는 아기를 안고 나도 함께 울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우린 둘 다 낯설었다. 아기는 처음 보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엄마 역할이 그랬다. 육아의 세계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껏 알고 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설펐다. 낯설고 두려웠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주저앉아 우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아이를 위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 품에 안겨 나를 올려다보던 머루처럼 까만 눈동자,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작고 보드라운 손,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 앞에서 다짐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네가 가고 싶은 길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나는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거의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전 날 세운 계획이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 앞에서 무너지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고열로 아파하는 아이의 곁을 밤새 지키며 나도 누군가를 이토록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회와 자책, 아픔과 슬픔, 때로는 벅찬 기쁨과 안도감 속에서 수많은 밤들을 보내며, 어렸던 내 마음도 조용히 자랐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불완전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기쁜 일 앞에서 크게 웃고, 슬프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한다. 불쑥 나타나는 장애물들은 여전히 버겁고,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다.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낯설고 두렵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늘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책과 후회로 얼룩진 마음을 부여잡고 울기보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 나를 떠올리며 괜찮다 말해준다. 지나온 나의 삶과 그 안에서 애써온 나의 노력을 긍정하는 일은 내 삶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완벽한 어른'은 없다. 나는 이대로 충분하다, 괜찮다. 나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