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내 곁에 있다.

by 진담





언젠가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도 엄마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행복? 행복이 별 건가. 나는 아침에 일어나 화단에 피어있는 꽃만 봐도 행복해.

가끔 딸내미 만나서 차 한잔 마시는 시간도 너무 좋고.

쌀 한 줌 올려놓으면 매일 아침 찾아와 쪼아 먹고 가는 참새들 보는 것도 즐겁더라.

그냥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돼"

그 시절 많은 엄마들이 그러했듯, 나의 엄마도 넉넉지 못한 살림과 고된 시집살이로 오랜 세월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타인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기보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 그게 내가 아는 엄마였다.



나에게 행복이란 다른 의미였다. 행복은 빛으로 가득한 화려한 세상이자 사회적 지위나 성공과 같은 외적인 조건이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 그래서 내가 끊임없이 뒤쫓아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나 자신보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더 중요했고, 남들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 애썼다. 여러 노력 끝에 내가 원하던 삶을 살았지만 마음은 늘 공허와 불안으로 가득했다. 나는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행복의 정의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출산과 육아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아이의 표정과 작은 몸짓의 의미가 궁금했다.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관심과 나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뭐였을까? 어쩌면 알면서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마주하는 일은 아프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발견하는 시간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만큼은 내가 중심이 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상황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가에 관한 오랜 고민과 질문은 흐릿했던 나 자신을 선명하게 해 주었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자주 요동치던 내 마음도 비로소 집을 찾은 기분이었다.










요즘 나의 행복은 작지만 크고,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무탈한 하루, 맛있는 음식,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 다정한 사람과 나누는 대화,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손 편지, 오후 3시의 달콤 쌉쌀한 초콜릿 같은 것들이다. 행복이 무엇이냐 묻는 내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교과서적이고 진부하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고 진리다.



학교 앞 문방구에 세워져 있던 뽑기 기계가 떠오른다. 뽑기 운이 없던 나는 어쩌다 원하는 장난감이 나오면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숱하게 꽝이 나와 실망했던 일 보다 예상치 못한 한두 번의 행운이 기억에 더 오래 남았다. 그리고 다음에 올지 모를 또 한 번의 행운을 기대했다. 그 마음이 일상의 한 조각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행복이라는 감정도 이런 게 아닐까. 찰나의 순간이 주는 기쁨과 감사함, 그리고 내일 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작은 기대감 말이다.


파랑새는 내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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