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발치, 그 작은 기억

by 진담






내 가운데 아랫니는 삐뚤빼뚤하다. 누군가 일부러 꾹 누른 것처럼 한 개만 유독 뒤로 물러나 있다. 그 작고 위태로운 이는 왼쪽과 오른쪽 이 사이에서 좁은 자리를 간신히 차지한 채 버티고 서 있다. 숨고 싶어 하는 건지, 앞으로 나서고 싶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교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양치할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는 데다,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남들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작고 못생긴 이 아랫니는 상대적으로 크고 가지런한 윗니에 가려져 주인인 나에게조차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는 점점 더 비뚤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딘가 하나쯤 어긋나 있으면 어떤가. 모양이 고르지 못한 이 하나쯤 품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작은 몸짓이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닮아 보여 오히려 정이 간다.









어느 달 밝은 밤, 문제의 아랫니를 집에서 뽑았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유난히 달이 크고 환했고, 달빛이 우리 집 작은 마당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엄마는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내 아랫니에 길고 가느다란 실을 감은 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재빠르게 잡아당겼다. 모든 일은 저항할 새 없이 순식간에 끝났다. 두려워했던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이는 쉽게 뽑혔고, 순간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나는 곧장 실에 매달린 그 작은 이를 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옥상을 향해 팔을 아주 크게 휘두르며 있는 힘껏 던졌다. 빠진 이를 지붕에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왜 이를 던진 곳이 지붕이 아닌 옥상이었는지,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말없이 놓여 있던 장독대들과 칠흑 같은 하늘,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던 둥글고 환한 달만이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 순간을 떠올리다 보면 젊은 시절의 엄마가 물김치위에 동동 띄우던 꽃모양의 주홍빛 당근과 부엌의 미닫이 창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된장찌개 냄새, 할머니의 오래된 요강, 한여름 대청마루에 앉아 먹었던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맛, 좁고 오래된 창고에 쌓여 있던 까만 연탄의 기억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내 안 어딘가 깊이 스며들어 있던 작은 기억들. 소리 없이 잊혔지만 여전히 나를 이루고 있는 조각들이다. 이 정겨운 기억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것은 모두 이 못난 아랫니 덕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의 나는 이 삐뚤한 이와 많이 닮아 있다.

어긋나 있어도 괜찮다.

그렇게 나도, 나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아랫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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