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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14. 2024

하버드에서 교양 강의는 무얼 다루지?

하버드 교양 강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은 어떤 강의를 들을까?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파리대학에서 수강하는 강좌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유학을 갈 형편이 아니니 책을 통해 일부라도 맛보길 원해 읽는다. 다행히 EBS는 2021년 위대한 수업을 기획하여 세계의 석학들을 온라인에서 만나고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하버드 교양 강의』는 스티븐 핑거 외 9명의 저명한 하버드대 교수들이 인간 정신, 도덕이란 무엇인가?, 지구화 시대의 지구사, 세계 인권에 관한 철학적 탐구,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 진화의 증거, 종교 문맹 극복하기, 질병의 과학, 에너지 자원과 환경, 문학과 생태비평이라는 주제로 전공 분야를 소개하거나 연구하는 목적을 밝히거나논쟁을 다루거나전망하는 내용이다.           

   8개 Chapter는 이해되고 재미도 있는데 스티븐 핑거의 ‘인간 정신’과 T.M 스캔론의 ‘도덕이란 무엇인가?’는 쉽지 않다.     


   인간 정신은 뇌 과학, 정신과학에 관한 글이다. 인간 정신의 본질을 탐구한다. 정신과학의 첫 번째 과제는 믿음과 욕구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물리적 세계와 맞물리고 육체를 조절하는지 설명한다. 정신과학이 보고, 움직이고, 추론하고, 이해하는 능력 밑에 숨은 경이로운 세계의 복잡성을 밝혔으니 인간은 위대한 작품이라고 평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도덕적 옳고 그름의 문제를 살피면서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와 저자인 T.M 스캔론의 계약 주의로 설명한다. 본문에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질문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행위가 신이 기뻐해서 경건한지, 그 행위가 경건해서 기뻐하는지 물었다.’     


   지구화 시대의 지구사에서는 역사학과 사회학의 차이점을 말하면서 때로는 두 가지 학문이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한다.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경로나 방식이 한 번 정해지면 그것이 비효율적일지라도 그대로 따라가는 현상)은 유용한 개념이다.     


   

   보편사로서의 지구사에 접근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데

   하나, 사회가 공통으로 경험한 발전을 탐색하는 방법(예 : 1700년부터 최근까지 다룬 지구사는 인류에게 일어난 주요 변화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를 강조한다. 인구구성을 의료발전과 산업발전에 따라 초점을 맞춘다.)     

   둘, 대륙 간 민족 착취 유형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예: 콜럼버스 교환, 일본의 목판화가 19세기 후반 프랑스 회화에 끼친 영향, 17세기까지 유럽인이 심취했던 섬세하게 장식된 백색 도자기, 차이나. 서양 오케스트라와 행진 악단이 사용하는 악기에 터키 군악대가 사용한 악기가 많다. 레게 리듬이 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를 거쳐 서양으로) 플랜테이션이 라티푼디움과 유사한 성격이라는 주장이 재미있고 수긍이 간다.     

   셋, 지구사에 접근하는 체제 비교

저자는 역사가 최고의 교육이 되려면 단순화하려 들지 말고, 제도가 얼마나 복잡한지, 사건은 또 얼마나 놀라운 방향으로 발전하거나 뒤틀리는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인권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서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가 통과시킨 세계 인권 선언을 근거로 인간에게 왜 그러한 권리가 있고, 그 권리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도덕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칸트를 세계 인권 선언에서 발견하는 존엄성 개념을 이론화한 철학자로 평가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에서는 디지털 기술은 정보 파급력에서 이제까지 발명된 그 어떤 수단보다도 효과적이며, 정보 유출을 제한하고 감지하는 기술도 최고다. 정보 혁명의 핵심에 놓인 딜레마는 그 혁명이 결국에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겠는가, 제약하겠는가 하는 것인데 통제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의 증거에서는 더 창조론이 옳은가 진화론이 옳은가는 논쟁거리가 아니며, 진화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는 주장이다. 진화 없이는 말이 안 되는 자료로 상동기관, 흔적기관을 예로 들고 지형적 차이, 발생학적 차원에서 진화의 증거를 나열하고 있다. 특히 게놈 진화는 분자 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이 합쳐진 분야로 생물학에서 진화가 없으면 그 무엇도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종교 문맹 극복하기는 가장 유익한 내용이다. 종교 문맹 상태에서는 종교가 인간의 특정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행동을 촉발하는 진짜 동기는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다. 모슬렘이 다수인 국가를 괴롭히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경제 후진성, 부당한 처우, 여성 비하 같은 다양한 해악의 주요 원인으로 이슬람을 꼽는 사람이 흔하다. 많은 모슬렘이 보기에, 이러한 해석은 기독교가 주요 종교인 미국의 범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기독교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다. (한 방에 끝내준다) 종교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떻게 종교를 접하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저자의 시각이라면 현재 상황을 벗어나 대한민국에서 건전하게 종교가 발전하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의 과학에서는 런던 콜레라 역학조사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질 수 있는 전염병에 관한 연구로 공중보건 분야를 소개한다.     


   에너지 자원과 환경에서는 석유가 그리 쉽게 고갈되지 않을 것이며, 과거에도 미래에도 석탄은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며, 원자력, 풍력 등 대체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전망을 밝힌다.     


   문학과 생태비평에서는 미국의 문학작품을 생태라는 맥락에서 살펴 정리하고 있는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중요하게 소개한다.     


   유명 대학의 커리큘럼을 소개하는 기존의 다이제스티브한 글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개론적인 내용이 많아 정신 차리고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 좋은 책을 읽은 만족도는 높다. 


P.S. 2013년 12월 29일에 쓴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다. 이 즈음 출판계에서 인문학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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