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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19. 2024

유라시아 견문 1 몽골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이병한 지음 서해문집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 다양한 관점을 만나는 기쁨


본문 분량이 1,800 페이지 가량인 『유라시아 견문 ⅠⅡⅢ』를 옮겨 보려 합니다. 내용이 길어 나누어 공유합니다.

유라시아 견문 Ⅰ : 10,800자

유라시아 견문 Ⅱ :  7,800자

유라시아 견문 Ⅲ :  7,000자     


유라시아 견문 Ⅰ


   책을 덮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두 가지다. 하나는 전공인 지리학인지라 유라시아를 다루는 내용의 공간을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지도가 머릿속에 있으니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자석에 쇳가루가 달라붙듯이 쩍쩍 달라붙은 탓이다. 다른 하나는 학창 시절 배웠던 이후의 유라시아 현대의 모습을 과거와 적절하게 버무려 던져주기 때문이다. 책과 뉴스를 통해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의 유라시아 변화 모습과 방향을 지켜보았지만 단편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 덤으로 미국 패권주의를 벗어나고 있고, 중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유라시아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강조한다. 저자가 좌파적 시각이라고 고백하듯 유라시아에서 미국을 걷어내고 각 지역의 부흥을 위한 노력도 보여 준다. 地誌 중에서 아시아지지를 공부한 느낌이다. 저자는 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지만 역사의 이해에 지리가 절실함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까닭으로 세계사, 좁혀도 중국사와 아랍세계사를 소홀하게 다룬 사람이나 지리 감각을 키워가는 사람에게는 헷갈리거나 복잡다단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염려한다. 고등학교 지도책을 옆에 펴두고 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확인한다면 이해를 도울 듯하다.

오랜만에 수없이 밑줄 치며 읽은 책이라서 독서노트를 쓰려면 한나절은 걸릴 듯하다. 어떤 기준으로 노트를 적어 볼까 생각하다가 우선 밑줄 친 내용을 다시 보며 워드작업을 한 후에 기준을 세워 다시 정리하기로 한다.     



   프롤로그 : 겐요샤(1881년 설립된 일본의 극우단체)가 쑨원과 신해혁명을 지원한 저의는 청제국의 몰락에 있었다. 2014년 <몽夢, 대아시아>를 창간한 뜻도 중국몽에 맞선 대항담론이다. 반중연합에 기초한 대 아시아 구상은 몽상이자 망상이다. 일본의 한계다. 저자는 서구의 지정학적 가치체계를 내던진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근대와 전근대의 분단을 잇고 유라시아적 맥락에서 동서고금을 재인식함으로써 유럽의 자만과 아시아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동 세계를 모색한다.


연행록과 견문록 : 박지원의 열하일기, 박규수(박지원의 손자이자 유길준의 스승),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혈연과 학연을 통해 흐르는 문류를 소개한다. <서유견문>이 서구 문명을 문명의 정점으로 보지 않고 앞으로 서구의 처지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다. 이런 태도는 得中의 태도, 동과서, 고와 금에서 중용을 지키는 자세라고 본다. 이런 시각에서 책이 전개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캉유웨이, 량수밍, 타고르, 간디, 자말 알딘 알아프가니도 헛개화가 아닌 眞개화를 궁리했다.

   

21세기 중화망 : 태국 국경 치앙라이의 마에살롱은 버마에서 쫓겨난 국민당 잔군 4천 명이 1982년까지 본토 수복을 꾀하던 곳이다. 현재는 중국 윈난성과 태국을 잇는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방콕의 춘절 :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의 80%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출격할 정도로 미군이 많이 주둔하던 곳이다. 미군 철수 후 전쟁기의 유산이 관광업 부흥의 견인차가 된다. 중화 세계의 외부인 방콕에 광동성 출신 화교가 많아 춘절이면 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신동방무역 시대 : 중국이 주도하나 창설국의 GDP에 기초해 지분을 할당하고 미국처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영국, 독일도 참여한다. 실크로드 이후 신동방무역시대를 여는 기초 작업이다.

우크라이나, 신냉전과 탈냉전 :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 몬센토, 듀퐁과 같은 생명공학 기업이 밀려와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인데, 서방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는 독일 패망 후 나치를 추종하던 무리들을 보호한 미국의 손길이 닿아 있다. 미국은 유럽, 러시아, 중국을 나누고 쪼개려 한다. 동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울타리를 벗어나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 푸틴은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라시아 고속철을 건설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인도양에 부는 바람 : 중국은 스리랑카, 몰디브, 세이셸, 모리시어스에 관심과 투자를 쏟아 바닷길을 활성화하려 한다. 인도는 면화길에 투자한다. 뭄바이에서 이란의 반다르아스를 거쳐 카스피해를 지나 러시아의 아스트라한 항까지 물류망을 구축하고, 이란의 차바하르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터키까지 연결을 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의 시트웨항 건설, 아세안 고속도로까지 인도의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내놓은 지 1년 후 인도는 몬순 프로젝트로 계절풍에 기댄 고전적 교역망을 재건하여 인도양 세계 복원을 꿈꾼다. 오늘의 G2는 미국과 중국이나 내일의 G2는 중국과 인도일 것이다.

   

반둥, 위대한 유산 : 혁명과 정치는 영감을 불어넣는 예술이라는 ‘교도 민주주의’는 수카르노의 지론이었다. 반둥선언의 ‘평화공존 5원칙’에는 저우언라이의 求同存異가 담겨 있다. 문명화를 강요하고 근대화를 이식하고 민주화를 선동한 20세기 지배 이념과는 다른 것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대 인구대국, 세계 최대 이슬람 국, 아세안의 대표국이며 반둥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지한 소프트파워 강국이다.

   

적도의 대국,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는 만달라 국가(동남아 특유의 국가 성격으로 영토성에 기반을 둔 중앙집권형국가가 아니고, 왕조 개념도 없었다. 명료한 국경 없이 느슨하게 연계되는 지역)만이 존재하다가 20세기 중반에야 국가로 성립한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 한다. 미동맹을 고수하고 아세안의 심화에 힘을 쏟는다. 이슬람회의기구를 토대로 이슬람 부흥에도 역점을 두며, “미래는 적도에 있다”라고 선언한다.

   

반동의 축, 미일 동맹 :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란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1952년 출발한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동아시아 분열의 화근이다. 미일동맹 강화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 독배라고 본다. 일본에 유학했던 저자는 일본의 핵심 권력은 자민당 막후의 고위 관료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국가 전략은 일본을 미국과 일체화한다는 단순한 전략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길항을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으로 보지 않고 패도를 부리는 세력과 왕도를 소망하는 세력의 일합으로 본다. 조선의 식민지 전락과 남북분단, 한국전쟁이라는 백 년 고통의 뿌리에 미일동맹이 있음을 기억하자고 한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나누고 쪼개느라 여념 없다며 일본은 그 반동적 책략을 거드는 아시아의 주구로 평가한다.

   

파키스탄, 일대와 일로사이 : 미국은 파키스탄에 총을 주고 중국은 돈을 준다고 본다. 중국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적극 투자한다. 신장에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까지 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을 깔고 있다. 과다르-카슈가르 철도, 카라코룸 고속도로, 파키스탄 화력, 수력발전소를 지어 파키스탄 전력 공급량을 두 배로 튀겨줄 계획이 진행 중이다. 핵무기 기술도 전해주었다. 경제회랑이 완성되는 2030년이면 중화세계와 이슬람 세계가 신장을 통해 직통하게 된다. 신장은 황해보다 아라비아해가 가깝다.

   

붉은 광장, 기억의 전쟁 : 저자는 2차 세계대전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원폭투하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왜곡과 조작을 지적한다. 미국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독일과 소련의 정예 150만 명이 결전을 벌인 쿠르스크 전투(1943)를 꼽는다. 스탈린이 히틀러를 이겨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소련 2700만, 중국 2000만, 미국 40만, 프랑스 60만, 영국 45만 독일 700만, 일본 300만 명의 인적피해를 토대로 소련과 중국이 동과 서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을 격퇴한 ‘유라시아 전쟁’이었다고 본다. 러시아와 몽골에서 ‘한힌골 전투’, 일본에서 ‘노몬한 사건’이라 불리는 전투에서 러일전쟁에서 승리했던 일본은 러시아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에 궤멸된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코프 장군은 이후 모스크바, 스탈린그라드, 쿠르스크에서 연전연승하고 베를린도 함락시켰다. 맥아더는 비할게 아니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2차 대전은 세계 공황의 후폭풍으로 보고 책임을 독일과 일본에게만 떠넘기는 자본주의 국가가 근원적 화근이란다. 1/2차 세계 대전은 유럽인의 관점이고 태평양 전쟁은 미국식 독법이라는 논지다. 다분히 젊은 시절 좌파 시각을 가졌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미국식 교육을 받아 왜곡된 동북아사를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관점임이 틀림없다. 수많은 전쟁영화가 왜곡을 이끌었다.     

  

 유라시아의 축도, 몽골 : 만몽연합으로 출발한 청나라가 분리 통치함에 따라 라마불교와 몽골어로 300년을 존속했던 몽골은 20세기에 들어서 중국의 근대화(유교교육 강요, 한자 쓰기, 한족과 통혼)로부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를 수용하고 소련의 속국이 된다. 소련의 위성국으로 남기 위해 ‘초이발산’은 대숙청과 라마불교를 탄압한다. 1990년대 소련군 철수 이후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며, 칭기즈칸이 복권되고 민주화(탈동구화, 몽골화)한다.

  

 두 개의 몽골, 제국의 유산 : 청나라는 몽골을 외몽골과 내몽골로 분리 통치하며 내/외몽골 간 접촉을 방해했다. 동시에 몽골 왕실과 귀족 라마승에게는 높은 지위를 보장하는 회유책을 구사했다. 힘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통치하는 수법은 고금이 같다.

   

‘붉은 라오스’의 탄생, 그 후 : 책을 통해서 베트남을 다시 보게 된다. 동남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에는 중국보다 베트남이 주역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한 호찌민은 캄보디아를 10년간 점령하고, 중국과 국경 전쟁을 벌였다. 전통적으로 시암과 월남에 이중 조공하며 균형을 취하던 라오스를 공산국가로 탄생시켰다. 베트남 혁명가들은 라오스 공산혁명을 위해 라오스어와 산간 소수민족의 언어까지 배웠다. 어학교재 출판, 특수학교 설립 등으로 전국 고산지대까지 라오스어를 보급한 것은 베트남 혁명가들 덕분이라고 한다. 1970년대 이후 베트남은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거느렸다. 마치 소련이 동유럽 국가를 위성국으로 만든 것처럼. 베트남의 공산화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이 합심하여 ‘아세안’을 조직한 것이다. 1980년대 동남아는 베트남(인도차이나연방) vs 아세안간 대립구도였다. 1990년대 동유럽의 탈냉전과 동시에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속국의 지위에서 벗어난다. 현재 라오스는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과 국경이 닿는 내륙국으로 동남아 교통망의 허브로 변화 중이다.

   

# 청말 사상가 장빙린의 생각  : 몽골, 신장, 티베트, 만주는 독립시켜도 무방하나 유교 문명을 공유한 조선, 월남, 류큐를 편입시켜 대중국을 이루자.

북경, 제국의 터전 : 중국사에서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역할에 주목한다. 유목민족이었음에도 한나라 문명을 수용하고, 불교를 수용하며 중앙집권적 관료제, 균전제를 도입했다. 북위 장수가 만든 수, 당도 북위 정책을 이어가 夷가 華가 되는 변화과정을 겪었다. 시진핑의 ‘중국몽’도 탈아입구 하지 않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고금 합작 프로젝트라고 본다.  북위와 시진핑의 중국을 華/夷의 변증법으로 해석한 것이다.

   

몽골의 후신 : 서쪽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이슬람의 칼리프, 유목민의 대칸, 동로마 제국 후계자의 황제라는 중층적 보편성을 실현한 제국으로 600년을 통치했다. 청나라에서 만리장성 북쪽, 감숙성, 사천성 서쪽은 라마불교와 일체화된 몽골 기원의 유목적 전통이 이어졌다. 만리장성 이남에는 유교사상과 화이질서가 온존 했다.


P.S. 2018.6.21.(목)에 적은 글입니다.

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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