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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20. 2024

유라시아 견문 Ⅰ-2 몽골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이병한 지음 서해문집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 다양한 관점을 만나는 기쁨     


본문 분량이 1,800 페이지 가량인 『유라시아 견문 ⅠⅡⅢ』를 옮겨 보려 합니다. 내용일 길어 나누어 공유합니다.

유라시아 견문 Ⅰ : 10,800자

유라시아 견문 Ⅱ :  7,800자

유라시아 견문 Ⅲ :  7,000자     


   저자는 일본의 위치와 역할에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한자권에 속하나 중화세계에 정식 포함되지도 않았고, 유목 문명과도 무연한 국외자로 천황과 무사정권이 19세기까지 존속하는 예외성을 가진다. 한중일을 동아시아로 묶는 발상은 20세기에 들어서 생긴 것이며, 근대화의 선봉에 섰던 일본은 중화 세계와 대치하고 있다고 본다. 19세기말 이래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대륙과 해양이라는 지정학적 갈등보다 몽골 세계제국이 구축했던 보편성의 안과 밖, 유라시아의 내부와 외부가 길항한다는 시각을 소개한다. 서역과 서부는 20세기 국가의 변경에서 21세기 제국의 관문으로 바뀌고 있으며, 일대 일로의 출발점이자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인의예지’의 공화국 : 저자 관점에서 해방 이후 남(부국)과 북(강병)을 판단하고 사람이야말로 동방형 민주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며 동학운동의 의미를 재평가하자고 한다.

아시아의 하늘을 잇다 :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가루다와 라이온에어 덕분에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방콕, 싱가포르가 저가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었고 인도의 항공수요 증가 등은 21세기 하늘길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다시 쓰는 ‘천하’의 지정학 : 파키스탄은 이란과 중국, 이슬람 세계와 중화 제국을 연결하는 관문국가가 되어 가는 데 지구본을 보면 정말 그렇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4개 스탄, 카프카즈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네팔, 인도를 회원국으로 하고 몽골, 벨라루스,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옵서버로 터키, 캄보디아를 대화파트너로 하는 하이어라키를 두고 유라시아를 품어간다. 영, 미의 200여 년 대외 전략과 다른 지정학적 반전을 시도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캄보디아, 속국의 민주화 : 론놀은 방공주의자라기보다 반 베트남주의자였고, 시아누크는 중립노선을 추구하다 축출된 것이다. 킬링필드 당시 교사의 80%, 의사의 95%를 죽였는데, 외국물 먹고 온 친베트남파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인구 1/4이 줄었는데, 1970년대 전체에 걸쳐 일어난 일이고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인원과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파난 간 사람을 합한 숫자란다. 폴 포트의 ‘적색 킬링필드’만 부각하고, 미국의 전쟁범죄, ‘백색 킬링필드’는 철저하게 가려졌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크메르 루즈가 1979년 전복되고 베트남군이 10년간 캄보디아를 점령 지배하는 동안에 폴 포트는 태국 국경에 근거지를 두고 ‘천년 외세’인 베트남에 저항했지만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1989년 베트남군이 철수하고 30년간 훈센이 독재를 하는 데는 베트남과 미국의 공모가 있다고 본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자의 시각에서 어용학자다. 캄보디아 야당의 구호는 독재타도가 아니라 反훈센, 反베트남이란다.      


   실학자들의 나라, 싱가포르 : 한국에 소개된 해외 사상가의 편중을 아세안, 인도양 세계, 이슬람 세계, 북아시아로 옮겨 현해탄과 태평양으로 기울어진 지식 균형추를 유라시아로 삼아 지적 재균형을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인도계 싱가포르 대학 교수인 키쇼어 마부바니와의 대화에서 싱가포르 성공요인을 실력주의, 실용주의, 청렴이란 원리로 설명한다. 부럽다. 싱가포르가 우려하는 것은 북극항로가 열리는 것과 허브국가로서 피할 수 없는 전염병에 취약함이다. 정부와 시장의 미묘한 균형, 영토의 절반을 자연 상태로 둔 리콴유의 선견지명, 자동차 없는 미래도시를 기획하는 현재를 알 수 있다.

   지구적 근대, 지속 가능한 미래 : 저자와 프라센지트 두아라 싱가포르대 아시아 연구소장과의 대화에서 ‘서구적 근대’에 대한 회의 속에서 환경을 고려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논한다.

이슬람 경제의 메카,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는 1997년 IMF 사태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고정환율제와 자본 통제 ; IMF의 처방과 정반대로 응수)라는 방법으로 극복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인 ‘이슬람 경제’로 발전 중이다.


   말레이시아의 할라 스트리트를 가다 : “은행 이자는 간통보다 36배 나쁘다” 이슬람 금융은 리스크를 공유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할랄산업 :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것, 하람은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것이다. 1994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할랄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소비의 할랄화, 할랄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까지 진출한 할랄 산업은 윤리적 소비라는 최신 트렌드와 부합하며, 무슬림의 인구 비중과 종교적 열정을 생각하면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필리핀의 슬픈 민주주의 : 피플 파워와 가문정치가 필리핀을 혼란케 한다. 스페인 통치 300년 미국 통치 100년은 오늘날의 필리핀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60여 개의 집안 재력이 1억 국민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 1946년 독립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문화적, 정신적 식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혁명과 중흥 : 지리와 천시도 역사의 주체라며 <제국의 폐허에서>란 책을 사게 만든다. 타고르가 서구의 민주화란 부자가 빈자에게 강제로 먹이는 아편이라고 했다네. 학창 시절 배운 타고르는 고마운 시인이었는데. 일본의 조선 땅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에서 일본을 응원했으니.


   대동, 그 거룩한 계보 : 캉유웨이와 大同書, 박은식과 대동교, 1946년 ‘민족대동회’(무상분배, 8시간 노동과 최저 임금제, 사회보장제 도입등 사회주의 친화적), 미군정이 ‘자유민주’를 이식하려던 국대안과 성균관 복권을 통한 大學의 재건을 꾀한 대동회, 임시정부 내 박은식과 이승만(위임통치청원론)의 비교를 다룬다.


   시안의 미래는 장안이다 : 저자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발전 연구원과의 대화다. 열차 ‘장안호’는 시안에서 출발해 우루무치, 카자흐스탄을 거려 로테르담까지 11일간 달린다. 현재 일주일에 세 번 운행한다는데,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좋고, 이 열차도 꼭 타보고 싶다. 


   서유기, 구도와 득도의 길 : 투루판을 중심으로 현장의 <대당서역기>를 풀어가며 원숭이인 손오공과 <라마야나>의 하누만이 닮았다고 상기시킨다. 서구의 선교가 정복과 전복으로 일관된 서사를 갖지만 현장의 길의 구도와 득도였다고 견준다.


   대장정, 중국의 길 :  마오쩌뚱이 광동에서 옌안까지 치러낸 대장정에 견주어 장졔스의 국민당군이 충칭에서 윈난, 버마로드를 따라 후퇴하던 과정을 소개한다. 중일전쟁을 ‘항일 반파시스 전쟁’이라 명명하는 중국이 특정 국가가 아닌 제국주의 전체주의에 저항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21세기 책임대국의 길을 모색하길 기대한다.(2024.1. 20일 읽는 <중일전쟁>의 관점은 이병한과 대척점에 있다. 곧 소개할 예정이다)


   서부로 오라! : 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버스로 꼬박 하루(24시간) 걸린다. 19세기말부터 힘의 공백에 따라 이슬람, 소련, 청나라, 1950년 인민해방군 진입으로 변화한 중국 서부 지역 역사를 서술한다.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서부 대개발이 이슬람권과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고 빠른 개발로 생존이 토대가 잠식되고 있음을 ‘천지는 어질지 않다’고 표현한다. 


   ‘일대일로’의 사상 : 저자와 칭화대 국정연구원장으로 일대일로의 밑그림을 그린 후안강과의 대화가 주 내용이다. 후안강은 시장과 국가의 조화를 강조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중국의 독자적 체제로 본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미국의 안전보장 강화로 평가하며,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의 발전을 전 세계와 융화하는 지리혁명이라고 홍보한다. 미국식 생활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에서 홍색 중국을 녹색 중국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한단다.


   동서고금의 교차로, 카슈가르(각양각색) : 우루무치에 한족과 위구르족이 반반인데 카슈가르는 90%가 위구르족이다. 불교와 이슬람 문명이 공존한다. 청나라 말기 학자 공자진(1792~1841)은 신장에 성을 설치하고 영국과 러시아에 맞서려면 ‘서역’을 서해에 연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서해란 인도양이다. 1821년 그의 혜안이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철도, 도로, 고속철, 파이프라인, 광케이블이 연결되는 2030년이면 실현된다. 


   제국의 남문, 쿤밍 : 昆明天天是春天 쿤밍은 날마다 봄날,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곤명을 저자는 ‘날씨는 백점이고 경치는 만점’이라고 평한다. 고속도로 20개 노선이 건설 중(2015년)이고, 고속철도 12개 노선을 건설 중인 인구 800만의 곤명은 중국의 남문역할을 톡톡하게 하게 될 것이다. 성 단위에서 BCIM회랑(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미얀마) 연결과 메콩강 경제권 협력 프로그램(GMS)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간다. 윈난은 이슬람 세계와 중화 세계의 역사가 포개져 있는 곳이다.


   윈난에서 이슬람적 중국을 만난다 : 윈난의 중국화는 최신의 현상이다. 과거는 불교문명권의 영향아래 있었다. 몽골의 침입 이후 중국에 편입되었고 중앙아시아의 무슬림 인구가 대거 유입되었고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중국화가 본격 시작 되었다. 1253년 쿠빌라이 칸이 윈난에 있던 대리국을 복속시켰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출신 오마르는 바그다드를 잘 다스려 1270년에 윈난성 통치를 맡는다. 청말 혼란기에 윈난의 무슬림들이 ‘回民起義’ 이름 아래 독립왕국을 선포하나 16년 만에 무너진다. 윈난은 항일의 생명선인 버마로드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유불도 외에도 서역의 이슬람 문명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제안한다.


   중국과 중동의 상호진화 : 중국에 경제위기가 온다는 30 연간의 예측은 돌림노래일 뿐이라는데, 중국 주식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 된다니 그럴듯하다. 중국 중산층만 6억이란다. 2016년 중국이 주도하고 57개국이 창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2016년 벌크선 운임지수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갔던 선박 운항 숫자는 급격히 줄고 유럽과 아시아가 가까워짐으로 인도양만 분주하다.


   왜 왕도정치인가? : 저자와 중국의 신유학자 장칭과의 대화다. 서구식 민주정치의 문제점을 설파하는데 끄덕이게 된다. 세속화된 사회와 민의의 독재를 우려하며 제기한 의회삼원제라는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을 소개한다. 정교분리는 신화라며 왕도정치를 꿈꾸는 유학자의 모습을 본다. 


   중국 모델, 정치적 실력주의 : 대니엘 A. 벨과 저자의 대화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덜 나쁜 제도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현재 선거제의 결과가 부실하다. 정치인의 자질, 정치 수준이 점점 더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더구나 민주주의 선거가 미디어화, 시장화되고 있음을 비판하며 연구통계에 따르면 유권자의 표심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거제 민주주의가 덜 부패하는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정치적 실력주의를 주장하며 리콴유가 가졌다가 사라진 ‘질적투표’, 즉 자녀 양육을 책임진 40~50대에게 가산표를 주자는 제안을 소개한다. 


P.S. <유라시아 견문 2>로 이어집니다. 내일은 쉬려고 합니다.


브런치북 <그 책, 좋아>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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