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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Feb 23. 2024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러셀 로버츠가 해석한다

브런치에서 검색해 20여 명의 독자(작가) 리뷰를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써 자유방임주의 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것이야 다 아는 일이지만, 『도덕감정론』을 썼다는 걸 러셀 로버츠의 소개로 안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저자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고, 감동받아 독자에게 전해 주고 싶은 열정으로 쓴 책이『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다. 아마도 책 제목이 『도덕감정론』이었다면 사지 않았을 거다. 러셀 로버츠가 쉽게 해석한 글이라서 감동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온다. 우리의 삶이 바뀌기를 바라는 이유도 가치 있다. 부제는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다.     


   10개 장으로 짠 목차는 ‘1장 어떻게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는가. 2장 나에게 질문하는 시간. 3장 행복을 위한 새로운 우선순위. 4장 진짜와 가짜 구별하기. 5장 잘 되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 6장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법. 7장 끌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8장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9장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 10장 현재의 우리를 위한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조언’이다. 애덤 스미스의 글과 러셀 로버츠의 해석을 뒤섞였지만 와닿은 글을 옮겨 두고 다시 읽으려 한다.

○ 애덤 스미스 —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기본 바탕에는 이와 반대되는 선한 본성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운명과 처지에도 관심을 가진다. 또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기도 한다.”


○ 러셀 로버츠 - “이기적인 인간은 어떻게 타인이 원하는 것을 주는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스미스가 정의한 이기심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것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타인이 답례로 무언가를 줄 거라고 전제했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이게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정의한 이기심이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서도 같은 맥락의 문장이 있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교육이야말로 번영을 가능케 하는 전문성의 원천이다”. 나아가 취업을 원한다면 내가 XYZ라는 회사가 나를 채용하면 왜 좋은지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공정하게 나를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 —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시키고 사심 없이 행동하는가? 우리가 친절하고 품위 있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동정심으로 가득한 존재이기에 남에게 마음을 쓰고 남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기 싫어할 만큼 우리는 이타적인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일보다 내 손가락을 잃는 일에 우리는 더 괴로워한다. 이런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스미스가 일깨워 준 중요한 사실이다. 공정한 관찰자는 지나친 이기심은 말로 안 되는 거라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훌륭하고 고상한 것이라고 일깨워 주는 우리 안의 목소리다.  


○ 애덤스미스 –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하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자격을 갖추고 싶어 한다. 또한,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움받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스스로 부정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려 한다.


○ 러셀 로버츠 – 진짜 내 모습을 가린 베일을 벗지 않는 인간의 성향, 타인에게는 적용하는 규칙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성향에서 비롯된 힘은 우리가 자기 인생을 구성하는 스토리 중 원치 않는 일부를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이야기 짓기 오류’를 범하며 산다. 이성의 한계에 대한 자각은 인간이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일깨워 주는 경고다. 인간에겐 분명히 결점이 존재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은 절대로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속이지 마라.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앞으로 알아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할 필요가 없다. 무지를 인정하면 더없이 행복할 수 있음으로’- 베니스 속담-.    


○ 애덤 스미스 -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의 행복에 무엇을 더 할까?   


○ 러셀 로버츠 – 스미스의 결론은 부나 명예는 결코 인간의 행복을 완성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와 명예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한다. 각자 마음속에 사는 비열한 생쥐가 출세를 위한 극심한 경쟁을 부추긴다. 만약 그 생쥐가 우리 마음이 주도권을 잡기라도 하면, 우리는 더 큰 치즈를 찾기 위해 끝도 없는 미로를 내달려야 한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음미하고 즐기는 기나긴 여정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끈질긴 욕구, 즉 야심이 우리를 삼켜버릴 수 있다.   


○ 벤저민 프랭클린 – 20대는 의지. 30대는 기지. 40대는 판단이 지배한다. 오래 살기를 바라기보다 잘 살기를 바라라.   


○ 애덤 스미스 – 인간의 삶이 비참하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소유물이 곧 나 자신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이성과 지적 사고력, 자제력이 결합해 이루어진 미덕이 바로 ‘신중’이다. 신중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유용한 자산이다. 부유하고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유와 편안함, 근심 걱정 없는 편안함은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은 고생, 걱정, 굴욕, 즉 고통과 치욕까지 견뎌내야 한다. 또한, 성공을 원한다면, 열심히 일해야 하고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 이 모든 노력의 대가로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가능하면 내가 좋아하고 존중하는 일을 하고, 그렇게 일해서 가족이 먹고살 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라. 그 외에 모든 것은 ‘뜻밖에 얻은 횡재’로 생각하라.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다. 슬픔과 기쁨에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쁨은 작을수록, 슬픔은 클수록 쉽게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게 악의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타인의 사소한 고민거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을 비웃을 수도 있다. 슬픔보다 기쁨에 더 많이 공감하는 인간의 성향 때문에 우리는 부를 과시하고 가난을 감춘다. 많은 사람 앞에서 고통스러운 우리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치욕스러운 일이다. 가난한 우리의 처지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우리가 겪는 고통의 반만큼도 연민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크나큰 비애다. 인간의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부를 추구하고 가난을 피한다.


○ 러셀 로버츠 – 상황과 사람, 감정의 종류에 따라 감정 표현의 적절성을 지키며 말하고 행동하면 된다. 그러나 단지 적절성만으로 사람들의 존경이나 축하를 받지 않는다. 사람들의 존경과 축하를 받으려면, 미덕이 필요하다. 미덕은 신중, 정의, 선행을 갖추어야 한다. 신중한 사람은 진실하고 정직하다. 신중하기 위해서는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신중한 사람은 삶에 대한 품위를 잃지 않는다. 신중이란 결국 자신의 품격을 높여주는 중요한 미덕이다. 정의란 타인에게 피해, 혹은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타인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그저 최고의 남편, 최고의 엄마, 최고의 이웃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남에게 도움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충분히 이바지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설명하려 스미스가 만들어낸 말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동의와 명예를 얻고 비난과 불명예를 피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우리 안에 단단히 박혀있는 본성이다. 이런 본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떤 행동이 고결하고 고상하며 친절한지 스스로 자연스럽게 결정을 내린다. 개인의 도적에 대한 칸트의 정언명령(행위 자체가 선이므로 이유를 막론하고 행해야 하는 원칙)으로 설명된다. 정언명령에 따르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내릴 때나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확대해 생각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언명령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 있는 개인의 행동을 지지하는 한, 칸트의 정언명령은 투표하지 않는 것이 비도덕적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자 위대한 장점은 신뢰다.


○ 애덤 스미스 – 지도자들도 처음에는 긍정적인 세력을 확장할 의도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중 대다수가 자기 궤변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또한, 자신들이 내건 장대한 개혁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이를 열렬히 갈망하게 된다. 그들을 추종하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 러셀 로버츠 – 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마라. 내가 손잡이를 힘껏 돌린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문이 다 열리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들, 그들과 만들어가는 세계는 따뜻하다. 반면 손익 계산에 따라 협력이 이루어지는 이해타산적인 세계는 차갑기 그지없다. 우리 삶에는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두 세계의 차이를 받아들인 준비를 미리 하지 않는다. ‘사회를 가족처럼 만들려는 시점에 바로 독재가 탄생한다’(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     



2016년 2월 26일 금요일에 쓰고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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