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뷜 지음
브런치스토리에 40여 건이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관한 글이 있다. 한 페이지를 덧붙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타인의 명예를 짓밟는 언어와 행동은 살인까지도 부를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살려는 뜻이다.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경찰서에 전화하여 <차이퉁>지 기자 퇴트게스를 죽인 게 자신이라고 자수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평범한 가정 관리사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철없이 했던 결혼과 이혼으로 상처받고 살지만 블로르나 변호사 가정을 관리하며 늘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사던 총명한 여인이다.
왜 그녀는 기자에게 총을 쏘았는가?
그녀는 카니발 기간에 댄스파티에서 만난 루트비히 괴텐에게 끌려 춤을 추고 블룸의 아파트에서 밤을 함께 보낸다. 루트비히 괴텐은 살인범으로 추적당하는 터였다. 바이츠메네 수사관에게 연행된 카타리나 블룸은 괴텐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문과정에서 블룸의 자기표현을 지켜보며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나!
여기까지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 동안 벌어진 소설(이야기 : 저자 하인리히 뷜은 소설이 아닌 이야기라 주장한다)의 시작이다.
수사가 진행되고 괴텐이 체포된다. 블룸은 괴텐에게 사랑을 느꼈고, 문제가 있더라도 투옥 기간 동안 참아내고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신문기자를 총으로 쏘고 자수한 까닭은 무엇인가?
치근대던 사업가에게도 다정함을 보이지 않았건만, 성실한 삶을 살아왔건만 <차이퉁> 지 기자가 선정적으로 써놓은 기사는 블룸에게 들 수 없는 무거운 치욕을 안겼다. 이웃들이 블룸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받은 치욕스러움을 해명할 길은 없다. 명예로움은 날아가 버렸다.
단 며칠 만에 음탕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 어떤 남자에게도 쉽게 보일 수 있다는 상황에 빠진다. 어머니와 이혼한 전남편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블로르나 변호사 부부와 몇몇을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해명할 수 없다는 한계에 이른다.
카타리나 블룸은 선정적인 기사를 쓰고 사진을 게재한 기자와 인터뷰를 자청한다. 기자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블룸에게 한바탕 진하게 섹스하자는 말을 뱉는다. 블룸은 이를 듣고 참아낼 수 없었다. 핸드백에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긴다.
<차이퉁>지가 진실만을 보도했다면 블룸은 기자를 쏘지 않았을 거다.
보수 신문이나 진보신문이나 한쪽만 보여 준다.
정부 기관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나, 기업이 내놓는 자료는 홍보용이다.
진실이거나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자에게 언론을 보는 시각을 바르게 갖는 노력과 비교 관찰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짧지만 여운이 길다. 특히, 내 나라에서 그러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민음사에서 2008년 5월 초판, 2016년 3월에 초판 24쇄 본을 본문 170쪽으로 내놓은 거다. 짧아서 출장 중에 읽을 수 있었다.
P.S. 2015. 6. 16 오후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