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by 노충덕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2025. 1. 11(토)

수년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읽으며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가슴이 뛴 적도 없다. 독일어판은 [폭력에 대항한 양심 또는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로, 프랑스어판은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으로 출판되었다. 가톨릭의 부패에 맞서 스위스에서 시작된 칼뱅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칼뱅의 논리적이고도 엄격하게 그리고 전제적인 교리(칼뱅의 교리는 그의 저술 <기독교 강요>에서 출발한다)가 뿌리내려 제네바를 비롯한 스위스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칼뱅의 종교적, 정치적 독재에 대항하는 세르베투스라는 신학자를 화형에 처하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카스텔리오가 관용(홍세화의 소개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톨레랑스)의 이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칼뱅의 독재와 폭력에 반박하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살하기 2년 전의 글을 후대 연구자들이 발견해 엮은 글이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그가 유럽과 미국, 브라질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생각하고 행동한 근거를 알 수 있는 글이다. 9개의 독립된 글에서 후반 3개는 나치의 전횡이 발호하던 시기에 침묵해야만 했던 시대의 아픔, 히틀러의 사고와 행위가 1916년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묵시록의 네 기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해 작가가 정치학 교수보다 당대와 미래를 더 잘 이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추도사를 제외한 5개 글은 인생에서 얻고 행하던 성찰을 담고 있어 2025년 독자에게도 울림이 전해 온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서 주변 사람들의 인성을 믿고 은행에 적금을 넣는 대신 작은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도덕적 의무라는 유동자산을 저축하며 살아간 안톤이란 젊은이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 삶을 배운다.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와 다정한 몸짓 하나가 누군가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나에게 돈이란’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중요함을 자각한다. 가장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센강의 낚시꾼’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루이 16세가 처형될 때도 센강에서는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았다. 일상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p. 61)

‘영원한 교훈’에서 로댕의 작업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관람자의 존재를 잊고 작업하는 로댕을 지켜보던 츠바이크가 얻은 게 있다. 집중이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이 어두운 시절에’에서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


인문학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대부분은 삶의 의미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기도 한다. 인문학은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할 때 우리 곁에 온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생물학적으로 죽는다. 사회적, 경제적 죽음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큰 병에 걸려 죽음에 가까이 갔다가 건강을 회복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나락에 떨어졌다가 회복한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의 삶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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