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지음
중국인 이야기 1, 2, 3는 현재(2014년 기준) 성공회대학교 김명호 교수가 40여 년 간의 연구와 인터뷰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중국 근현대사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국인 이야기 3은 1, 2보다 1년 늦게 2014년 4월에 초판 1쇄가 나왔다.
중국인의 이름은 발음하기가 어렵고, 뉴스에서 들어본 저명인사나 사상가 이외에는 생소한 사람들이 많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 하나하나가 근현대의 격동기를 통과한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 흥미롭다.
중국인 이야기 3은 6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 : 얼굴을 마주하고 한번 웃으면 모든 원한이 풀린다에서 1979년 1월 1일(1978년 12월 16일 중국과 미국의 수교 합의)을 계기로 중공과 타이완이 양안 화해와 협력, 통일로 가는 지도자들의 노력을 풀어간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부러운 이야기다.
다음은 인민일보에 발표한 “친애하는 타이완 동포”로 시작되는 편지의 일부이다.
- 오늘, 1979년 새해를 맞이해 우리는 조국 대륙의 각 민족과 인민을 대표해 동포들에게 안부와 충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옛사람은 해마다 명절이 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들에 대한 그리움이 평소의 배는 된다고 노래했다. 새해의 즐거움을 누리다 보니 친 골육인 타인완의 부로(父老)와 형제자매들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타이완 동포들의 심정도 같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림움은 더해질 것이다.......
(중략)
타이완과 대륙에서 생활하는 중국인이라면 개개인 모두가 민족이 생존과 발전, 번영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 누구도 회피할 수 없고, 회피해서도 안된다. 빠른 시간 안에 분열 국면을 끝내지 못한다면 무슨 낯을 들고 조상들을 대할 것이며, 무슨 말로 후손들에게 변명할 것인가, 민족에 천고의 죄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이하 생략)
타이완 시인 위광중의 시 향수가 양안을 강타하다.
어린 시절,
향수는 작은 우표 한 장,
나는 이곳에 있고,
어머니는 저 건너에 있다.
어른이 되자,
향수는 구겨진 배표 한 장,
나는 이쪽에 있고,
신부는 건너편에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향수는 작은 봉분 하나,
나는 밖에 있고,
어머니는 그 안에 있었다
지금의 향수는 좁디좁은 해협,
나는 이쪽에 있고
대륙은 저쪽에 있다.
수염쟁이 영감, 혁명의 정신적 지주 위유런이 임종 전 쓴 애가(哀歌)
나 죽으면, 높은 산 제일 꼭대기에 묻어라
대륙 산하를 볼 수 있는 곳
대륙이 보이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건 오직 통곡뿐!
나 죽으면 높은 산 제일 꼭대기에 묻어라
두고 온 내 고향 볼 수 있도록
보이지 않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
하늘은 아득히 창창하고, 들판은 끝없이 망망한데
산 위에 올라보니, 온 나라가 상중이다.
위유런은 국공 인재 쟁탈전의 0순위였다.
2장은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혁명가 :
중국의 프로테메우스 천두슈, 사생활을 중시한 중국 최고의 교육자 장멍린, 페스트 사냥꾼 우렌더의 삶과 함께 노벨 문학학상에 대한 중국인들이 이야기다.
3장은 세상에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다 :
충칭에 나타난 시인 마오, 8월 10일 충칭의 승전폭죽, 중국의 혁명가들은 한결 같이 염복이 많았다. 4인방의 몰락 드라마, 덩샤오핑의 천하가 되는 숨 막히는 과정을 소개한다.
4장은 중국과 북한의 끈끈한 속사정 :
한국인은 북중관계의 속내를 너무 모른다, 조선족 김일성의 운명을 바꾼 일본의 만주 침략, 안중근과 이순신을 존경한 학생, 마오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닮은 그에게 주목하다, 서로 일본의 첩자로 의심하면서 일어난 민생단 사건과 중공이 동북의 국민당을 제압하는데 북한의 역할이 컸음을 소개한다.
5장은 갓 태어난 딸에게 유서를 남기고 처형당한 자오윈샤오와 그의 아내, 신민보를 키워낸 여장부, 후스의 연인들, 루쉰 삼 형제의 불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후스는 대단한 난봉쟁이이다.
6장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
섭정왕 짜이펑과 대전략가 위안스카이, 홍콩의 순수 중국혈통 저우서우천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몇 개
“세상에 파(罷)하지 않는 파티는 없다.”
334쪽의 천빙샹이 윈샤오에게 남긴 유서 중 일부
“자꾸 눈물이 나온다. 대장부에게 실패와 성공은 다반사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악한 짓은 한 적이 없다. 너와 함께했던 삶을 자축할 뿐, 유감이 있을 리 없다.”
“중국의 사회와 역사, 특히 중국인을 애하하려면 [루쉰전집]을 읽어야 한다.”-량스치우. 한글 번역판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니 나도 사볼 것이다.
내가 읽은 중국인 이야기 3은 한길사에서 펴낸 것으로 본문 449쪽이다. 덕분에 2014년 여름휴가(실제는 어제 8.14일 하루였지만)는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