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정년을 10년 남기고 학교를 나왔으니, 교육계에서 잊힌 줄 알았다.
2000년대 초반 KERIS가 서초동에 있을 때부터 쌍문동으로 이사가 대구로 내려오기 전까지 매월 한두 차례씩 공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녔다. 교육 정보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하며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과 만났고 인터넷 환경에서 적합한 교수법에 관해 시도하고 토론했다. 나름은 자신감으로 살았던 시절이다.
수년간 계속된 만남은 KERIS에서 시행한 몇 개의 프로젝트(에듀넷 현장지원단, 사이버 선생님, 콘텐츠 질 검증, 교육 정보화 수업사례, 프로젝트 학습방 운영 등)에 책임을 맡거나 관여했고, 원격연수용 콘텐츠를 만들 기초로 콘티를 짜기도 했다. 2011년 전문직으로 전직하기까지 10여 년간 함께 했던 사람들과 인연은 이어지고 있어 페이스북, 인스타, 밴드,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연구원 중 하나는 선발된 지 한두 해 됐었을 거로 기억한다. 그들은 이제 한 부서를 책임지게 되었다. 엊그제, 그중 한 사람이었던 KERIS 이 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번 정도 심사를 맡아달라고. 심사는 지난해 사업의 마무리 절차이며 더 중요한 것은 2025년에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으니 자주 들러서 함께 해달라는 전화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파악한 바로는 2년간 진행될 사업이다. 지난 목요일 반차를 내고 KTX를 타고 대구에 다녀온다. 모레도 가야 한다.
KERIS에 간다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장00, 계00 부부는 특히 보고 싶고 밥을 내고 싶다.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여겨 나를 불러주니 반갑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