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영화 ‘The Reader’에서 주인공 마이클이 한나(케이트 웬슬렛)에게 읽어주던 책 중 하나로 기억한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단편소설집이다. 나에게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과 같은 우연과 사랑이 있을까? 그런 기대를 하는 건 손가락질 당할 일이지. 불가능하기에 로망이라 치자.
러시아 소설엔 미친 사람이 여기 저기 등장한다(6호 병동, 검은 수사). 농노시절이 차라리 좋았다며 팍팍한 삶에 지친 농부(농부들), 가난으로 해체된 가정에서 떨어져 나간 어린 하녀의 삶(자고 싶다), 결혼과 이혼이 빈번함(문학 교사), 하급 계층에 사는 사람들의 소심함(어느 관리의 죽음), 원주민과 이주민간 불화에서 삶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하게 함(새로운 별장), 추운 러시아, 러시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름다운 모스크바,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별장, 광대한 농장과 지주의 삶, 생활의 일부인 연회 등이 소재다. 체호프의 단편 소설은 러시아 소설에 획은 긋는다. 톨스토이, 막심 고리끼가 그렇게 평가한다.
6호 병동에 묘사한 글을 읽으며 현재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소송 절차에서는 재판의 오류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놀랄 일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다루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판사, 경찰관, 의사 같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성에 빠져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점차 자신의 의뢰인들을 형식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들은 뒷마당에서 양이나 송아지를 잡으면서 피가 튀어도 무감각한 잡부들하고 다르지 않다. 개인에 대한 비정하고 형식적인 태도 때문에, 죄없는 사람에게서 모든 권리를 빼앗고 징역형을 선고하는 데 판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시간뿐이다. 대수롭지 않은 형식주의의 준수를 위해 보내는 시간으로 판사는 봉급을 받고, 그러고 나면 모든 일은 끝나는 것이다.” “책이 악보라면 대화는 노래입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열린 책들 세계 문학 006편으로 2004년 초판, 내가 읽은 것은 2014년 10월 세계문학판 1쇄, 본문289쪽 분량이다. 본문 글자 폰트가 작고 줄 간격도 좁아 읽기 힘들다.
P.S. 2016년 1월 1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