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트존스 지음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엿 본지 수년째다.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다. 속상한 이야기도 있지만 유익한 건 메모해 둔다. 아마도 ‘세인존스의 고전 100권 읽기’는 시카고 대학의 ‘그레이트 북스’, ‘클레멘트 코스’처럼 동경하던 프로그램이다. 오래전에 담아둔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리스트가 있어 책을 살 때 참고하는데, 여기 졸업생이 지은 책이라기에 추석연휴 두 번째로 선택한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은 세인트존스 대학을 졸업한 조한별이 졸업 후 1년 내에 쓴 거다. 싱싱하고 풋풋한, 하지만 저자의 힘든 대학 생활도 그대로 풀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다. 술술 읽을 수 있다.
서문에서 ‘꼭 고전이 아니어도 좋은 책들을 읽고 이야기해 보고 토론해 보고 정리하는 것이 진짜 공부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라 조언한다.
7개 장으로 구성하는데 ‘1. 세인트존스를 소개합니다, 2. 진짜 공부하는 법 배우기, 3. 세인트존스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4. 핵심 교양을 키우는 학교, 5. 영어로 하는 세인트존스의 독서, 토론, 작문, 6. 방과 후의 세인트존스, 7. 내가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것’이 목차다.
강의식, 주입식 수업으로 배우고 그렇게 가르쳤던 독자의 학교생활과 비교하며 읽는다. ‘내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안다고 할 수 없다’는 명제를 실천하는 세인트존스가 부럽다. 우리 교육도 명제를 실천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직각형 테이블에서 토론하는 상황은 우리에게 적용해 보고 싶다. 학생들을 앉혀 놓고 ‘험담’하는 평가 시스템인 ‘돈 래그 don rag’도 해보고 싶다. ‘질문할 줄 알아야 공부한다.’, ‘똑똑하지 않아야 공부가 시작된다.’, ‘소통의 매너’,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에세이 쓰기의 중요성’등에도 공감한다.
조한별이 밝힌 세인트존스에서 얻은 두 가지는
고전 100권을 읽고 “우선 인류의 ‘생각의 과정’을 시대 순으로 엿볼 수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근대까지 인류의 생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엿본 것이다. 그리고 결국 시대만 다를 뿐 그들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민을 해 왔고 그에 따른 가치관을 하나하나 세워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인류는 정말 옛날부터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꾸준히 해왔으며 그 질문들이 철학으로, 수학으로, 과학으로, 문학으로, 형태만 다르게 표현된 것이다.” ‘나는 어떤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 졌다.’
“두 번째 생각은 저 책들을 다 다시 읽어야겠다는 절벅한 다짐이다. 이제야 어떻게 공부해 배웠다고 느낄 수 있는 진짜 공주를 할 수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수학이 젬병인 내게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 프롤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데카르트의 <기하학>을 읽어보고 공부하게 자극한다.
좋은 말하기는 질문하기다. 주제를 정리하는 ‘정리 질문’하라.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하도록 만드는 ‘요구 질문’하라. 내가 더 생각해보고 싶은 내용으로 돌아가는 ‘유도 질문’하라. 들은 내용을 내 문장으로 정리하는 ‘따라 말하기 질문’하라. 의견을 덧붙여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가치관을 만드는 거다.
P.S. 2016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