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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9. 2023

미국의 총기 문화

한 권의 책에서 특정한 내용을 뽑아 쓴 주제 서평 09

   해마다 교내에서,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뉴스를 보면, ‘국방비를 천조나 쓰면 무엇하냐’, ‘세계 최강대국의 민낯이구나’라는 헛웃음이 나온다. 왜 개인이 총기를 소유해야 하는지, 총기 소유가 합법인 근거가 무엇이냐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책 읽기가 내린 결과를 풀어본다.    

 

   책을 읽은 시간만큼 의문을 풀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 총기 문화의 기원을 영국 권리장전에서 연결한 문장 탓이다. 웹에서 찾은 영국 권리장전은 다음과 같다. 


권리장전 원문(1689) : Protestants may have arms for their defence suitable to their conditions and as allowed by law

 # 위키피디아 번역 : 개신교인은 자신의 조건에 적합하고 법이 허용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변호를 위한 무기를 가질 수 있다. 

# 구글 번역 : 개신교인들은 자신의 조건에 적합하고 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수비를 할 수 있다.

 # 파파고 번역 : 신교도들은 그들의 상태에 적합하고 법에 따라 허용되는 대로 그들의 방어를 위한 무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총기 문화>는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총기사고와 사망은 총을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여건에서 생긴다. 둘째, 총기 문화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풀어놓는다. 끝으로 현재 미국의 여론과 총기협회의 로비는 미국에서 총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이다. 


개인의 총기 소유는 미국 개척사가 만든 관습에서 시작된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신대륙 정착 초기부터 사실상 하나의 관습으로 용인된 제도였다. 식민지 정착민들은 영국의 관습법에 따라 제약 없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 총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무기였으며, 육류공급을 위한 사냥이나 여가를 위한 사격의 도구였다. 국민의 자발적인 무장으로 조직된 민병대는 영국에 대항하여 미국의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였으며, 서부 개척자들은 장총을 허리에 차고 황야를 개척하였다.

서부개척 시대의 여행 기록이나 서신, 회고록이나 자서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건국 초기부터 19세기 중엽에 이르는 기간에 총기는 프런티어 전역에 널리 보급되었다. 프런티어는 척박한 자연환경,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습격, 법과 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곳인 까닭에 총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였다. 또한, 무질서한 프런티어에서 범죄를 막고 법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총기 문화를 국민적 정서로 확산시키는 데는 미국의 문학과 영화 등 대중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서부개척 시대의 낭만과 모험을 그린 대중문학이나 총이나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총기에 대한 미국인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을 카우보이의 나라이며, 총에서 뿜어 대는 힘과 정의가 미국의 이미지라는 인상을 주게 했다. 오늘날 미국인들의 총기 소유에 집착적인 관념은 미국의 오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대중매체의 확산으로 인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미국은 1898년 미서전쟁을 계기로 해외 팽창을 시도하였고, 괌, 푸에르토리코, 하와이, 필리핀 등 식민지를 건설하여 서구 열강으로 등장한다. 20세기에 양차 대전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총기는 생명이며 힘이라는 것을 체득하였고이러한 생각이 미국 총기 산업을 흥하게 하였으며결국 오늘날 미국이 군사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기반이다. 이런 역사 발전과정에서 미국인들에게 총은 국가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적인 정서와 기치관을 형성하게 하였다. 총은 독립과 자유, 애국심의 상징이며, 더 나아가 힘과 남성다움을 표출하는 강대국 미국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라크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인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총기 소지가 합법이라는 근거는?

    미국 헌법 수정 제1조부터 제10조까지를 미합중국 헌법 권리장전(美合衆國憲法 權利章典, United States Bill of Rights)이라고 말한다. 연방정부의 권력을 제한하여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제임스 매디슨이 주도하여 1791년 12월 15일에 발효되었다.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권리장전 제2조는 「통제가 잘된 국민군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소지하는 인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

   영국 권리장전에서 방어용 무기 소유를 인정하고, 미국 수정 헌법 2조는 「무기의 소유와 휴대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한다.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하는 까닭은?

   미국에서 총기 문화가 합법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 중요한 요인은 수정 헌법 제2조에 총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적 권리가 명시되었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개인의 무기 소유권이 전제 정부의 폭정과 상비군의 횡포로부터 미국의 자유를 수호할 수 있는 안전한 장치이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보호와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확신하였다.       

   2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미국인은 총기 소유는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내가 소유한 총’이라는 자기 방어의 철학을 믿는다. 이런 사실은 의회나 정부 차원에서 개인의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2008년 6월 연방 대법원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빈번한 총기 사건과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찰턴 헤스턴(영화 벤허의 주연)의 말이다. “미국은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용기로 건설된 나라다. 난 죽어도 총을 포기 못 한다. 이것은 이 나라를 건설한 현명한 백인 조상들이 물려준 권리다. 난 장전을 선택했어.”    


   미국의 총기 문화는 미국의 독특한 지리 환경과 역사 발전과정에서 사회·문화적인 풍습의 한 형태로 발전되어 미국적 생활양식과 가치관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라. 다만 국경 밖에서는 당신들 생각대로 하지 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지켜보니, 개인 소총으로 전쟁하던 시대가 저물어 간다. 드론을 포함한 항공전, 전자전, 미사일이 게임 체인저급 위력을 보인다. 미국에서 소총은 영토를 지키는 역할보다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도구가 되었다.    

  

2018.4.5.(목)에 쓴 글을 수정 보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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