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리가 마주하던 날 나는 네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다. 영혼 없는 표정으로 서로의 눈을 잠깐 바라보았던 게 우리의 전부였으니. 시작이 그랬기에 그때의 나는, 이후에 내가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너의 얼굴을 기억하고, 너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줄은.
봄 향기가 가득 내리는 오늘, 너는 언제나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러 왔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웃으며 너의 이름을 부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앞으로 흘러갈수록 무언가 조금씩, 내가 너에게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