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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Feb 16. 2023

시소 놀이


 긴 널빤지의 가운데를 괸 후, 양쪽 끝에 사람이 앉아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놀이인 시소. 웬만한 놀이터에는 꼭 하나씩 존재하는 놀이 기구인 시소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참 단순하고 즐거운 놀이로 인식된다.


얼마 전 공터를 지나가다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소를 타는 것을 보았는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무게가 더 나가는 쪽이 상대방을 위해서 발을 내딛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 상대가 느끼지 못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노력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이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시소는 무게가 많이 차이가 나면 놀이를 할 수 없다. 또 가벼움으로 인해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은 그 위치를 스스로 바꿀 수 없다. 상대를 높이 띄워주는 것이나 다시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것도, 무거운 사람이 조절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시소와 닮아있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 내가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행복하다면, 나보다 더 짙고 무거운 마음을 가진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갑작스럽게 드는 마음이지만, 사랑이 서로를 마주 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와 같다면, 나는 좀 더 무거운 쪽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상대방을 띄워주고, 관계의 즐거움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진실한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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