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달기만 했던 것
어릴 적 그 거대한 빵 사이의 끈적한 잼이 싫었다.
너무 달았다. 혀끝에 감기는 단맛이 오래 남아서 물을 한 컵 마셔도 입안이 텁텁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자꾸 사다 주었다.
이모도, 할머니도, 동네 아주머니도 그 빵을 좋은 간식이라고 여겼나 보다.
“많이 먹어라.”
그런 말과 함께 건네받은 맘모스빵을 뜯으면서도 속으로는 투덜거렸다.
차라리 다른 걸 사주지. 이렇게 달기만 한 걸 왜.
그래도 주는 사람 앞에서 싫다는 내색은 할 수 없어서, 억지로 한 입씩 떼어먹었다.
#지금은 달콤한 기억이 된 것
지금 내 손가락은 혈당 측정기 바늘의 노예다
아침마다 찌르는 바늘 끝에서 피 한방울에서 나오는 숫자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의사는 말했다. 탄수화물 조심하고, 당분은 되도록 피하라고.
그런데 요즘 자꾸 그 빵이 생각난다.
예전엔 그토록 달아서 싫었던 그 잼 맛이, 이상하게 그립다.
편의점을 지나가다 비슷한 빵을 보면 괜히 발걸음이 느려진다.
사고 싶다. 한 입만이라도 먹고 싶다.
하지만 안 된다는 걸 안다.
저 빵 한 개면 내 하루 당분 섭취량을 훌쩍 넘을 것이다.
혈당 수치가 오를 것이고, 몸이 힘들어할 것이다.
알고 있으니까 그냥 지나친다.
#달았던 기억,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단맛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왜 하필 지금, 먹을 수 없게 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걸까.
어릴 땐 싫어해서 안 먹었는데, 지금은 좋아해도 못 먹는다.
이게 참 묘하다.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가질 수 없고,
멀어진 것도 아닌데 가까이할 수 없다.
그냥 내 몸이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눈앞에 있지만 손 닿지 않는 거리.
그런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늘어난다.
체력도, 시간도, 관계도, 그리고 이제는 음식까지.
삶이란 때로는 이런 식으로
조용히 무언가를 앗아가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웃기지만 슬픈, 그런 방식으로.
지금도 가끔 그 빵의 단맛을 떠올린다.
예전엔 너무 달아서 싫었는데,
지금은 그 달콤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