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되지 않은 밥, 포장되지 않은 나
어느 순간부터 밥을 먹는 일조차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그냥 배고파서 먹는 건, 이제 성의 없고, 무계획적인 사람의 표식이 되어버렸다.
맛집을 알아야 하고,
비주얼이 살아 있는 플레이팅에,
센스 있는 한 줄 코멘트까지 곁들여야 ‘잘 먹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도대체 밥 한 끼조차도
왜 이렇게 스펙처럼 관리되어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밥 잘 먹는 것도 능력”이라며
자랑스럽게 포장한다.
그건 마치 “잠도 잘 자야 하고,
쉼도 트렌디하게 힐링해야 하며,
쉬어도 남들처럼 잘 쉬어야 한다”는
요즘식 삶의 태도를 그대로 닮아 있다.
아니, 난 그냥 배고프면 먹는다.
그게 다다.
편의점 도시락이면 어떤가.
어제 남은 찬밥에 김치만 얹어 먹어도 괜찮다.
가끔은 좋은 식당에서 여유롭게 즐기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날의 기분, 그날의 상황 때문이다.
잘 먹는 ‘척’
잘 사는 ‘척’
잘 쉬는 ‘척’
이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척’하는 삶을 주문한다.
그러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심지어 밥을 먹는 방식으로조차
서열이 매겨지는 이 이상한 피로.
나는 그냥 산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할 말 없으면 침묵한다.
잘 먹는 고수가 아니어도,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
밥도 인생도,
포장지 없이 살아도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