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척

by 영점오

처음에는 몰랐다.


‘착한 일을 하면 돈이 생긴다.’


이 단순한 공식을 머릿속에 새긴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엔 무서웠고, 그다음엔 신기했고,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신촌역 근처, 지하철 입구 앞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버스커가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기타 줄이 끊어졌습니다. 도움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기타 줄 하나? 얼마지?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자동계산기를 켰다.

‘기타 줄 한 세트에 만 원?
기타 수리점은 근처에 있던데…
그걸 사다 주면, 진심으로 감동받겠지?
그러면 지갑이...’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이건 간단한 투자였다.


근처 음악상가를 뒤져 기타 줄 세트를 샀고,
버스커에게 건넸다.
“기타 줄, 이거 필요한 거 맞죠? 제가 사 왔어요.”

그는 깜짝 놀랐고, 두 눈이 동그래졌다.
“와… 진짜요? 감사합니다! 이런 건 처음 받아봐요.”
나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왔구나… 이제 지갑이…’

나는 아무 일 없는 척 돌아서며, 조용히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텅.
지갑은, 무반응이었다.


‘뭐지?’

나는 다시 돌아봤다.
버스커는 기타 줄을 고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행동에 충분히 감동한 것 같았고,
나는 ‘좋은 일’을 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지갑은 침묵했다.
미동도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불발’을 겪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지갑을 베개 옆에 내려놓고 한참을 생각했다.
분명 선행이었는데, 왜 아무런 보상이 없었던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

그리고 그날 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한 장면이 있었다.


“이런 걸 받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노숙자가 국밥을 먹으며 중얼거렸던 그 말.
그때의 그 울림,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친 미묘한 울컥함.

그건 계산이 아니었다.


나는 기타 줄을 사러 가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그를 도왔고,
그가 감동하길 바라며 행동했다.

진심이 아니라,
계획된 착함이었다.

그건 ‘착한 일’의 탈을 쓴 장사였다.


그 순간, 나는 지갑이 말없이 내게 보여준 메시지를 이해했다.

이 지갑은 ‘착함’을 파는 장사꾼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진심만이 화폐다.


며칠 후, 나는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주저앉아 우는 아이를 보았다.
얼굴에 초콜릿우유가 잔뜩 묻어 있었고, 손엔 찢어진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엄마랑 싸웠대요.”
옆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설명해 줬다.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해도 말을 안 듣고 있다고 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췄다.
“우유, 많이 흘렸네. 아까워.”
“…응.”
“같이 하나 더 사자. 대신 이번엔 안 흘리게 들 수 있겠지?”

나는 말없이 계산을 하고,
초코우유 하나를 아이 손에 다시 쥐여줬다.



그 어떤 계산도 없이.
그저, 그 상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지갑이 반응했다.

5만 원짜리 지폐 다섯 장이,
다시 지갑 안에 들어 있었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제 확실해졌다.

이 지갑은 내 마음의 방향을 보고 있다.
‘선한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의 동기를 측정하고 있었다.

착한 척으로는 절대 돈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반복하다 보면
진짜 착함도 망가질 수 있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며칠 전 만들었던 문서를 다시 펼쳤다.

「착한 일 정산표. xlsx」

그리고 그것을 지웠다.
한 칸 한 칸, 정성스럽게.

나는 이제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지갑은 수익 모델이 아니다.
그건, 양심의 거울이다.


지갑은 조용히 내 옆에 놓여 있었다.
말 한마디 없지만,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기척.
나는 그 지갑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진짜로 잘해볼게.”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거울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 너는 진심이었니?”

지갑은, 그 대답에 따라 돈을 주거나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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