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 감기가 걸린 것인지, 목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나조차도 적응하기 힘든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사들의 반응은 사뭇 심각했다. 변한 목소리의 원인을 추적하며 걱정하던 집사들은 진지하게 상황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 집을 하루 비운 사이, 아기 길고양이 무쌍이와 나 홀로 대치하느라 무서웠다.
그래서 많이 울면서 목이 쉬었다.
둘. 집을 비운 사이 집사들이 보고 싶어서 많이 울었다. 분명 분리불안일 것이다.
셋. 몸에 이상이 생겼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니 그쪽은 아닌 듯하다.
넷. 아기 길고양이 무쌍이가 마당을 드나들면서 샘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기냥이 소리를 따라 하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크다.
얼토당토않은 추측이라고 항변하고 싶은데 그중 하나가 걸려 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영악한
집사들 같으니라구. 그걸 알아채다니..
몇 주전부터 태어난 지 6개월 남짓 되었을까 말까 한 고양이가 집마당을 드나들기 시작했었다. 지켜보니 개구리도 사냥할 줄 아는 용감한 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집사들은 그놈이 용감무쌍하다고 무쌍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마당에 고양이 밥을 놓아두기 시작했는데,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거부의사를 밝힐 수 없는 처지였다. 나 역시 길냥이에서 집냥이로 묘생역전을 했기 때문에 싫은 티를 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는 없었다.
무쌍이란 놈의 몸집은 나보다 훨씬 작지만 눈매도 사납고 몹시 당돌했다. 나 때는 집사들이 무서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혼비백산 숨어버렸지만 이 놈은 오히려 방충문에 찰싹 붙어서 온갖 애교의 몸짓은 다 하고 있다. 덩치 큰 나를 보고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부끄럽지만 그놈의 몸짓 하나하나에 움찔움찔 놀라는 쪽은 나다. 게다가 소리는 어떤가. 보호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작고 가늘며 애달프다. 그 소리에 집사들이 살가운 목소리로 반응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초반에는 위협하는 소리도 내보고 꼬리를 크게 움직이며 오지 말라는 확실한 의사표현을 했지만 나란 건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눈을 깜빡이며 집사들을 애처롭게 바라만 볼 뿐이다. 집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는 건지. 집사들은 마음이 약한데… 안될 일이었다. 나와 함께 살 수는 없는 일.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