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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del MUSEO DEL PRADO Dec 12. 2023

2. 무리요의 그림을 모작한 피카소의 마음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산책

2024년은 모방일까? 새로움을 여는 시대일까?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그림을 그린다는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비테르보의 로즈와 성모와 아기 예수’ 작품을 보고 모작을 했던 피카소의 작품이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피카소 특별전의 형식을 띠고 전시되고 있다. 많은 그림을 모작으로 시작했던 피카소의 작품 중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 옆에 전시함으로 원작자와 그것을 재해석한 사람의 두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전쟁과 기근 그리고 전염병의 아픔 속에서 부모를 잃고 방황할 뻔하던 어린 소년이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서서 그림으로 자신의 어두움을 환하게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삶을 걸었듯이, 한 소년은 그 그림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언지를 발견하려 몸부림을 쳤다. 그러다가 얻은 결론이 가장 단순하면서 모든 이들에게 내면의 모습과 외형의 모습이 모두 다 보여지는 투명의 매개체를 생각해 내었다. 어찌보면 예술은 꾸밈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느끼도록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정리한 화기이기도 하다. 바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무리요의 그림과 피카소의 그림이 대조적인 선으로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각자 자신의 시대에 외치는 울림은 동일함을 보여주고 있다.


끝없는 어둠의 터널에서 희망을 보여주었던 무리요의 그림처럼, 피카소는 대한민국에 빛을 안겨준 그림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에게 치명적 상처를 안겼지만 결국 위대한 그림은 그 모든 것을 덮으며 한국에 와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려 몸부림쳤다. 다만, 왜곡된 글로 인해 그 내면의 진실은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가 꿈꾸던 것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리요의 그림은 유럽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가 무엇인지를 무염시태 성모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다양한 그림을 통해 그 포근하고 다정해 보이는 미소로 자신의 아픔의 현실을 버티고 이겨내도록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이와 상반되게 피카소의 이 그림은 완곡한 표현법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란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뭔가 낯선 제스처가 우리 눈에 쉽게 안정감보다는 혼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피카소는 바로 이 점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사물을 바라볼 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에 기반한 지식의 울타리 안에서 사물을 보고 듣고 판단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메이메의 소설에는 반응 안하던 이들이 비제가 음악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려 하자 자신들의 가치관과 울타리를 벗어나 공유라는 합리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악평하고 결국 숨지게 만들었던 내면의 치졸함을 피카소는 과감하게 꼬집은 것이다.


인간의 특성은, 받아들임보다 가르치려하고 나보다 우위에 있는 자의 모습을 수용하기보다는 견제를 우선함으로 항상 발전이 더디어 짐을 보게 된다. 초기에 피카소가 이렇게 타인의 그림을 모작하며 자신만의 재해석을 하게 된 이유도 인간의 내면의 틀을 깨지 못한다면 진심으로 상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지 못함을 알았기에 그것을 알리려 이리도 몸부림 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모든 사물을 카피하는 삶을 반복할지, 새로움으로 수용하고 나아가려는 것은 내 몫이다.



서영석작가

사색의향기 마드리드지부 지부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스페인 미술관, 노마드 여행 작가

프라도 미술관 이야기, 티센 미술관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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