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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del MUSEO DEL PRADO Dec 11. 2023

1. 에밀 베르나르드의 성모잉태 1890

티센 미술관 두 번째 이야기

2023년도 성탄은 안녕하십니까?


여행자라면 그 해당 나라의 핵심 미술관을 찾는다. 그래야 그 나라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떠한 문화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유럽의 주된 특징은 어느 미술관을 방문하나 그리스로마신화나 성서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로 등장함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당시 합스부르크가의 관심이 종교와 역사에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당시 그려진 많은 그림 중에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아기예수의 탄생의 장면이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내놓라 하는 화가가 그린 작품 속 내용은 젊은 여자와 나이든 늙은 남자와 한 어린 아이 그리고 그 옆에서 해맑게 웃는 또 다른 한 아이가 늘 등장을 한다. 가끔 젊은 여자 옆에 늙은 노파의 어머니가 등장을 하는데, 그럴때는 꼭 뒤편 멀리 서 있는 요셉이 젊은 여자 마리아의 남편이 아닌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의 남편인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림을 보게 만든다. 물론, 교리의 변화에 따라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요셉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늘 그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업을 해왔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산책하던 중 에밀 베르나르드(1868~1941)가 그린 성모잉태(수태고지는 어찌보면 언어적 오류로 종교간에 충돌을 야기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베르나르드의 그림은 고갱과 함께 인상주의 이후 유럽회화의 역사적 전환의 과도기를 나타내는 ‘합성주의’의 창시자답게 초자연적 주제에 상징주의 미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이끌고 있다. 고흐가 병원에 누워 베르나르드의 그림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예수 탄생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천사의 모습은 과연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일까?” 라는 말에서처럼 첫인상의 강렬함으로 신비화인지 엑시스트적인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시대의 해석을 말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연 이 그림이 올바른 예수의 탄생을 신비주의적으로 전달했느냐? 그건 아니다. 그럼 무엇을 말하려는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진심으로 담겨 있는 종교성을 보고자 하는 것에 대한 외침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성모잉태는 르네상스 초기부터 이탈리아 미술을 이끄는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고풍스런 분위기를 접고 화려한 휘장의 배경아래 다소곳한 마리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거룩함마저 퇴색해 버린 분위기의 베르나르드는 무얼 드러내려 한 것일까?


거리의 성탄은 더 이상 구원자를 경배하는 축일이 아닌, 인간의 희와 락의 세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의 환심을 사서 그 욕망을 채워주느냐에 관점이 집중되어 있고, 다문화적 종교의 통합과 일치 그리고 균형과 동등이라는 이름 아래 예수 탄생의 의미는 책장에 꽃혀 있는 지나간 옛 이스라엘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있다.


베르나르드의 그림이 바로 이러한 이 시대의 이중적 겉과 속이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플랑드르와 독일은 성모잉태를 실내에 두었다면, 이탈리아는 정원에 두는 것을 선호하듯 각기 다른 이중성의 모습이 구원의 선포를 타락의 장소인 에덴과 연결시켰던 것처럼, 이 시대가 품어야 마음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그림이라 하겠다.



서영석작가

사색의향기 마드리드지부 지부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스페인 미술관, 노마드 여행 작가

프라도 미술관 이야기, 티센 미술관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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