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츠

기사식당 침공기

by 무비

고2,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소박한 용돈을 들고 성북동 기사식당을 갔다.

아니다. 침공했다.


85번 버스를 타고 혜화동 로터리에서 내려 대학로 반대편 쪽 혜화로를 15분 걸으면 나온다. 그 시절 고등학교 배정은 뺑뺑이였는데, 종로구 주소인 친구가 재수 없게 우리 학교로 배정받았다. 그 친구 말로는 돈가스가 저렴하고 정말 맛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시험을 마친 해방감, 처음 가보는 동네, 기사식당 침공.

그날은 모두에게 오래 남는 추억이 되었다.


일본에 살다 보니 돈가스와 돈까츠 사이에서 헷갈릴 때가 있다.

같은 듯 다른 음식이다.

기원은 프랑스 커틀릿에서 왔고, 지금의 형태는 전후 일본에서 저렴하게 고기를 먹이려던 한 요리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게 한국으로 건너와 경양식 돈가스가 됐다.

같은 이름인데 다른 길을 걸어온 음식이다.


집에 돌아와 외투를 벗으며 슬쩍 보니 식탁에 돈까츠 소스가 올라와 있었다.

오늘 저녁은 돈까츠나 크로켓 먹을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어떻게 알았냐는 동그란 눈으로 말했다.


돈까츠!


아내가 이어받았다.

같은 클럽 료마 군 엄마한테 들었는데,

근처에 숨겨진 가게인데,

테이크아웃만 되는데,

늦으면 못 산대.

양배추도 별도로 사야 하는데 잘게 썰수록 단맛이 나고 소화에 좋고 카베진이라는 소화제도 거기서 유래됐대.


쉼표도 없이 쏟아냈다.


일본인들은 좋은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는다는데, 엄마 모임에서는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었다.


나는 이런 고급 정보에 귀가 얇다.


동시에 몇 번의 배탈로 튀긴 음식에 묘한 불길함도 가지고 있다.

군침과 실망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동시에 했다.


바사삭.

첫 입은 소스를 찍지 않고 먹었다.

기름이 충분히 빠져있고, 좋은 기름으로 튀긴 게 느껴졌다.

내가 알던 돈가스가 아니었다.


소스를 뿌려 먹기 시작했다.

겉바속촉에 스며든 시큼한 소스가 감칠맛으로 바뀐다.

히레카츠와 로스카츠를 사 왔다는데 나는 하얀 밥에 히레 쪽인 것 같다.

아내가 양배추를 내밀었다.


입 옆에 붙은 빵가루를 떼면서 말했다.


가끔 먹어도 좋겠네.


나는 옛날 돈가스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지금 돈까츠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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