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거 가지고
비가 내린다. 자전거 부품을 배달하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빈대떡이나 부치자.'
오늘은 배달 일을 공친 게 분명하니 쉬는 김에 간식을 하겠단 말이지만 우리 형제들은 먹을 생각에 웃는 눈으로 저마다 프라이팬이다 뭐다에 파드닥 분주해진다.
우리 집 빈대떡은 밀가루 반죽에 여러 가지를 넣지 않고 남은 신김치나 그 시기에 가장 저렴한 야채를 넣었다.
예를 들면 부추, 파, 양파, 미나리 같은 것이다.
대신 기름을 둘러 최대한 얇게 부쳐낸다.
바싹하게 구워진 면이 노릇하게 변할 때 누구랄 것 없이 젓가락으로 잘라먹기 시작한다.
젓가락 질이 가장 능숙한 형과 누나가 많이 집어가고 나는 항상 쪼가리나 양념 부스러기 차지였다.
벌게진 얼굴로 울듯 말듯한 표정이 되면 모두는 되려 웃는다.
내게 큰 한 점을 내민다. 입안에 구겨 넣기는 하지만 분한 마음은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치. 먹는 거 가지고 이러지 말자고.
모자이크에 헬륨가스 마신 목소리 티브이 방송 인터뷰처럼 출처가 딱히 기억나지 않지만
오코노미 야키는 일본식 부침개 아닐까요?라고 누가 그랬다.
내가 면전에서 그 말을 들었다면 아니오?라고 대답 했을 것이다.
나의 얇은 빈대떡과 많이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코노미 야키는 1600년대 밀기울에 된장을 발라 먹었던 것이 그 시작이라 태생이 다르다.
지금의 형태는 전후 영양식으로 발전한 형태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도 부침개를 부칠까?
아내와 아이를 살살 꼬드겨서 집 근처 가게로 향한다.
저명한 도예가의 붓 같은 굵고 짧은 기름 두르게로 철판에 기름을 고르게 발라준다.
밥그릇 만한 그릇에 내가 시킨 믹스 양념이 놓여있다.
젓가락과 작은 헤라로 양념과 반죽을 충분히 섞어준 뒤 열이 오른 철판에 쏟아부었다.
치이익~
반죽을 큰 헤라로 양념을 더 조각조각 내어 팬케익 모양처럼 만들어 준다.
냄비용 뚜껑을 덮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 잠시 기다린다.
모래시계가 다되면 한 번 더 뒤집고 다음에 올려줄 가쓰오 부시와 소스를 준비해 둔다.
두툼하게 구워진 조각을 크게 한 입 먹으면서 다음은 뭘 주문할까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이는 해산물? 되물었다.
나는 해산물과 명태알, 돼지김치, 오징어를 주문했다.
아, 먹는 거 가지고 이러지 말자고 했던 건 나였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