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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읽어주는 엄마 Jan 03. 2017

나이드는 즐거움

그냥 쓰는 에세이

나는 늙어간다.

흰머리가 생긴건 아니지만

앞머리를 까면 무서워서 확 덮는다.

다 빠져버린 앞 머리가 너무 휑해서 ^^;;

눈이 침침해서 병원에 갔더니

"안구건조증이에요, 나이들면 다 생겨요"

'나이들면 다 생겨요' 가 전설의 고향에서 나온 ' 내다리 내놔~ '보다 더 무섭다.


나더러 젊어서 부럽다고 했던 직장 동료분이

 "이젠 건강관리나이야..우리나이돼면..."라며 건강식품을 내민다.


난 이제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미 라이벌을 벌일 나이가 지났기때문이다.

예전엔 그 사람이 예쁘면 나는 예뻐지려고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이 예쁘면 충분히 칭찬해준다.

예전엔 그사람이 잘하면 나는 더 잘하려고  밤을 새웠는데

이제는 그 사람이 잘하면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질투는 나이를 먹어감과 동시에 옅어졌다.


한 평생 교육현장에 있었다.

그 동안 모은 자료들을 무제한 공유한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받은 교육과 자격

무료로 공유한다.

"누군간 묻는다. 그렇게 다 알려주셔도 되요?"

죽으면 가져갈 기술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뻐요 이런 얘긴 이제 가뭄의 콩나듯 듣는다.

언젠가 초등꼬마학생이 대학생선생님은 엄청 예쁘게 그려놓고 나는 늙은 괴물처럼 그려놓았다.

원장선생님이라는데 적어도 내눈엔 괴물과 다름이 없었다. ㅜㅜ

아이들이 마음을 그린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수업받는 아이들도 종종 실수로 나를 '엄마'내지는 '이모'라고 잘부른다.

그리곤 저희들끼리 실수를 무마라도 하려는 듯 공통점을 찾는다.

엄마 같이 푸근(?)해요. 우리 엄마도 선생님처럼 내가 달라고하면 다 줘요.


엄마와의 공통점이 '턱살'이라는 말은 나를 KO시켜버렸다.


말썽을 일삼던 아이들이 나에게 안기면 뭉클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자식들이 그리 반항해도 다들 키우고사시나보다.


허리까지 오던 옷들이 이제 엉덩이를 덮는 옷들로 거의 교체되었다.

다채롭던 헤어스타일은 단발과 컷을 반복하다 가끔 파마를 한다.

젊은 후배가 여자들은 왜 나이들면 머리가 짧아지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냥" 이라곤 말했지만 그냥=안어울려서,머리숱이없어서,귀챦아서 등의 다의어이다.


외모지상주의에 몹시 빠져있던 내가

어느순간 사람들의 외모가 옅게보이고 심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의 젊음이 당신의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에 대한 벌은 아니다-란 어느 영화 대사에 가슴쓰라리던 늙음에 대한 두려움.


나이먹으며 알게된다.

칭찬에도 더 이상 춤추지 않고 비난에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 내 맘의 안정감을

육체적 매력은 점점 시시해지지만 바위같이 단단해지는 내면이 차오른다.


나는 나이드는게 좋다.

여자에서 인간으로 되어져가는 나와 매일 만나는 기쁨. 성숙의 기쁨

깊이있고 진정성있는 삶을 살고싶다.



-2017년 첫 월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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