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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읽어주는 엄마 Nov 12. 2017

자존감과 자존심

앙리 루소_비난 극복하기

그것을 믿고 받아들여라.
최고의 것을 기대하면,
반드시 최고의 것이 당신에게 일어난다.
-조셉머피-



하루에도 숱하게 낙심시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불황에 그게 되겠어?"  "안 하는 게 나아" “그 분야에 실력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현실이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날 위해주는 말 같지만 사실은 한없이 낙심을 불러일으켜 시작도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낙심시키는 말을 가장 많이들은 화가가 있는데 바로 앙리 루소(Henri Rousseau)입니다.

앙리 루소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일찍 마치고 세관원으로 일하는데요, 루소의 업무는 파리로 들어오는 포도주, 곡물, 우유, 소금, 술 등을 검사하고 허가증을 발급하는 일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이어서 그는 일요일마다 그림 그리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지냅니다. 하지만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탓에 당시 프랑스 예술가들은 그를 무시하며 '세관원 루소' 내지 '일요화가' 라며 낮춰 부르지요. 말단 공무원이었던 루소는 월급이 적은 편이었고, 결혼 후 생활도 넉넉지 않아서 그런지 일곱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5명의 아이가 죽는 아픔을 겪습니다. 루소는 우스갯말로 처복이 없는 남자라고도 하는데 그의 아내 34세라는 이른  나이에 아이만 일곱을 낳다 몸이 쇠했는지 세상을 먼저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10년을 홀아비로 살다가 재혼을 했지만 4년만에 두 번째 아내가 또 죽어요.     


낮은 임금, 자식의 죽음, 아내의 죽음.

절망스러운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그의 삶은 불행하고 불운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충분 합니다.   

  

세관원으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던 앙리 루소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 화가의 길에 접어듭니다.  49세가 되어서야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22년간 몸담았던 세관을 떠나서 프로 화가의 길을 걷는데, 정식으로 미술대학을 나온 적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던 독학 출신이어서  그의 그림이 이상하다고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됩니다.                      

   "루소의 그림은 정말 웃긴다.
단돈 3프랑으로 기분 전환하는 방법으로는최고다.
그의 그림을 보면되니까.
-미술평론가-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 앙리루소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 앙리루소

제목은 아이이지만 그림을 보면 얼굴은 40대 이상 중년의 느낌이지 않나요?  

놀랍게도 이 두 그림은 모두 어린 아이의 초상화입니다. 두 그림의 주인공은 모두 정면을 보고 있고 거대하게 큰 머리를 하고 있고 얼굴은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것처럼 보이니 정말 우스꽝스럽긴 하지요? 그러니 한 비평가는 웃고 싶으면 그의 그림을 놓치지 말고 구경하라고까지 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사실주의 화가임을 주장하는 루소의 작업방식은 독특했습니다. 인물화를 그릴 때 모델 인체에 자를 대고 이목구비와 몸의 치수를 측정해서 그것을 그림에 옮겨가는 방식이었어요. 또 피부에 맞는 색깔을 찾기 위해 물감을 집어서 모델의 살빛과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런 방식은 미술가들이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작업 방식의 결과는 엉뚱하리만큼 우스꽝스럽게 나왔습니다.   

  

루소가 전시회에 참가할 때마다 비평가들은 그를 삼류화가로 취급하며 비난하는데 오죽하면 루소를 좋아했던 시인 아폴리네르가 미술계의 왕따가 된 그를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이런 글을 남깁니다.

    

"루소만큼 거센 비난을 받았던 예술가는 없었다.

그러나 루소만큼 쏟아지는 비난을 대범하게 받아넘긴 예술가도 없었다."                                

      

나,초상-풍경. 1890년. 프라하 국립미술관


나를 믿기     

그런데 독학출신 루소는 이런 멸시와 비난에도 자신을 아주 위대한 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후배였던 피카소와 자신만이 당대 최고의 화가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지요. 왜냐하면 스스로 예술적 재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자신감은 1890년 낙선 작품전시회에 출품한 자화상 ‘나, 초상-풍경’에 잘 드러나는데 루소가 아직 세관직원으로 일하던 44살 무렵의 작품이지만 자신을 그림의 중심이 되게 크게 그린 점, 그리고 누가 봐도 화가임을 알 수 있도록 그린 팔레트와 붓, 뒤 에는 예술계의 중심도시 파리의 에펠탑과  만국기, 그리고 자신이 디자인했다던 깃발을 단 화물선등  그가 화가로서 우뚝 중심에서고 부유한 화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믿음과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잠자는 집시.1897년. 뉴욕 현대미술관


실례로 루소의 유명한 작품 ‘잠자는 집시’를 볼까요?

잠든 집시 여인 곁에 사자가 있는 풍경인데, 루소는 이 그림에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은 망설인다’는 긴 부제를 달았습니다. 자신이 보기에도 어색한 그림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루소는 당시 성공한 아카데미 화가들이 이국적 풍경으로 사자를 주로 그린 것을 보고 자신도 한번 흉내를 내 본 것인데 각각의 이미지 조합도 주류 화가들의 그림 실력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눌함이 오히려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지요.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구도나 비례 등에서 말도 안 되는 그의 그림은 당시로선 새로움’이었습니다.     

굶주린 사자가 영양을 덮치다. 1905년. 스위스 바젤
꿈. 1910년. 뉴욕 현대미술관

루소의 작품은 초기에는 미술계의 냉대를 받았지만, 전통적인 미술에 머물러있던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세잔,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달리, 마그리트와 같은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미쳐 미술사에 이름을 남깁니다.


스펙보다 실력

루소는 실력보다 정신력, 스펙보다 자신감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예술과 삶으로 보여줍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해답을 얻으라고 가르쳐주는 것이지요.   

   

진정한 의미에서 자존감은
자신에게 탁월한 능력과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다.이 확신은 착각이거나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자신을 믿는다면 자존감이 훼손될 일은 없다.
 -쇼펜하우어-

               

비난 이기기     

살다보면 하루가 부정적인 단어로 채워지는 날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나를 낙심시키는 말, 비난의 말들을 들었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려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것은 아주 소중한 깨달음을 전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왜 그런 말 때문에 두려워했지?


왜 그런 말을 듣고 불안해진거지? 하고 물어보면 불편함의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자기 확신이 없는 건지! 이런 건강한 의심 덕분에 우리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인생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자존감과 자존심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비난조차 성찰의 기회로 알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자존감과  혼동하여 쓰는 정반대의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자존심입니다. 자존심은 사소한 일조차 오해하고 조금만 무시를 당해도 분노를 참지 못하지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관계와 비슷하다.  


<옛 그림 속 여백을 걷다>에 나오는 말입니다

빛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와 검은색 연료인 석탄은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탄소로 이루어져 성분이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현격한 차이를 갖게 된 것은 바로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지요. 탄소원소가 몇 백 미터 깊은 굴 속 에서 고온고압을 받아 단단한 결정체를 이룬 것이 다이아몬드이고, 지표 가까운 상층에서 저온 저압에 의해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느슨해진 것이 석탄입니다.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있지만 열과 압력에 의해 이토록 다른 존재가 된 것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사람들 중에도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 있고 석탄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란 탄소가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보석으로 탄생하듯이 성장기에 양질의 사랑을 받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쉽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형성된 자존감은 좀처럼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비유하자면 다이아몬드에 흠집이 나지 않는 원리라고 할까요?


반면 원소간의 결합력이 약한 석탄은 조금만 건드려도 부스러져 검은 가루를 날립니다. 마찬가지로 석탄 같은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금방 기분이 상해 화를 냅니다. 자신의 뜻에 마음을 두기보다 남의 인정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존감과 자존심은 실은 완전히 반대되는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무석 교수님의 <나를 사랑하는 자존감>이라는 책에서는 자존감은 성장기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자식이 무능하거나 장애가 있어도 부모는 자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데,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성장기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더라도 진정으로 자기의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을 하면 자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교사, 성직자, 정신치료자 또는 스스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이아몬드같이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루소처럼 우리에게 쏟아지는 낙심시키는 말들로 불안하거나 자존심이 상했다면, 열과 압력을 견뎌 나 스스로 다이아몬드가 되겠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면 됩니다. 자존감이야말로 스스로 행복감을 줄 뿐 아니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인생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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