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근성 May 28. 2023

29CM와 중고차 허위 딜러의 차이

29CM의 '구매 가능 가격' 살펴보기


중고차 허위 딜러는 실재하지 않는 금액의 차량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합니다.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혹한 고객은 딜러를 찾아오지만, 도착하고 보면 예상한 금액의 몇 배나 되는 다른 차량이 서있을 뿐입니다.


허위 매물은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으로 불립니다. 소비자주권회의가 2021년 발표한 소비자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4%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허위 및 미끼 매물’을 꼽았을 정도입니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허위 매물은 비단 중고차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고차를 포함한 모든 상품군에, 상품을 취급하는 거의 모든 쇼핑몰에 존재합니다. 네이버쇼핑을 예로 들어볼까요.


(2023년 5월 26일 기준) 실제 네이버 쇼핑 상품


리스트와 상세페이지 상단에 54,000원이라는 금액이 적혀있는 제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구매를 시도하면 93,900원이라는 금액이 계산되어 나옵니다. 이는 필수 선택 항목인 ‘사이즈’에 무려 39,900원의 추가 금액이 붙어있기 때문인데요.


사이즈는 누가 보더라도 추가 금액이 붙을 만한 항목이 아닙니다. 추가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발 크기가 크다고 해서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일은 없죠. 즉 이는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아보이게 조작한 결과입니다.


물론 네이버쇼핑이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1년 옵션 유형 중 색상, 사이즈, 발송 시점 등에 대해서는 옵션 추가금을 붙일 수 없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추가금을 붙이거나 배송비를 실제보다 비싸게 책정하거나 ‘바로 구매’ 대신 장바구니에 담는 경우 할인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다크 패턴은 여전히 판치고 있습니다.


오픈 마켓의 특성상 매우 많은 수의 판매자가 존재하고, 이들에게 가격이나 쿠폰 같은 사항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상품을 완벽히 검수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그러나 고객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해줄 의무가 없습니다. 고객은 그저 불편을 주지 않는 다른 플랫폼을 찾아갈 뿐입니다.





29CM의 구매 가능 가격


29CM에서 56,760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된 상품을 선택해보겠습니다. 상단에 정가(66,000원)와 판매가(56,760원)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의 ‘구매 가능 가격’ 섹션을 클릭하면 드롭다운이 노출됩니다.


(왼쪽부터) 29CM 상품 리스트, 상세 페이지, 구매 가능 가격


‘구매 가능 가격’ 섹션에는 최종 금액에 영향을 주는 모든 할인 수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중 ‘결제수단 할인’과 ‘보유 마일리지’는 결제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혜택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구매 여정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들을 처음으로 끌어옴으로써 29CM는 유저가 최종 구매 가격을 미리 알 수 있게, 또 주어진 혜택을 100% 활용하고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외에 ‘쿠폰 할인’도 눈여겨볼 만한 항목입니다. 먼저 구매 가능 가격 섹션이 없다고 가정한 아래의 플로우를 보겠습니다.


(왼쪽부터) 쿠폰 받기, 쿠폰 모달, 결제 페이지


‘쿠폰 받기’ 모달에서 원하는 쿠폰을 선택해 다운로드한 뒤, ‘구매하기’를 눌러 결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여기에서 쿠폰을 선택하면 하단 CTA를 통해 할인된 금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타 서비스과 비슷한 플로우지만, ‘쿠폰 받기’를 누르기 전까지 어떤 쿠폰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없고, 쿠폰에 할인율(%)이 기재되어 있다 보니 금액을 계산하기가 번거롭습니다.



그러나 ‘구매 가능 가격’ 섹션을 통하면 상품에 적용 가능한 모든 쿠폰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쿠폰이 적용될 경우 얼마만큼의 금액이 할인되는지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직 받지 않은 쿠폰은 ‘쿠폰 받기’ 모달을 통하지 않아도 바로 발급이 가능합니다.


그저 플로우 하나가 줄었을 뿐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플로우 하나’의 사이에는 쿠폰을 확인하고 발급받는 행위, 가격을 계산하는 행위, 여러 혜택을 비교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Google 소비자통계팀에서 발표한 구매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연구(2021)에서는 복잡한 중간 단계(messy middle)에서 성공하기 위해 구매 의도 유발과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여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이 경쟁 브랜드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결제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 목표이며 29CM의 ‘구매 가능 가격’은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구매 가능 가격’만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말할 수도 없고(직접 데이터를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말할 이유도 없습니다. 제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29CM에서 허위 매물로 인해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비싼 금액을 결제하는 유저는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여러 서비스에서 가짜 가격에 속아 돌아 나오는 경험을 수없이 해왔던 한 명의 소비자로써 저는 29CM의 이러한 행보를 매우 좋게 보고 있습니다.


아티클을 준비하며 29CM과 네이버쇼핑의 파트너사 가이드를 살펴 보았는데요. 29CM 역시 네이버쇼핑과 마찬가지로 파트너사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옵션에 따라 추가 금액을 붙이는 항목도 동일했고요.



결국 이론적으로는 29CM의 판매자 역시 가짜 가격으로 유저를 현혹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해본 적도, 경험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기에 검수가 타 서비스에 비해 깐깐하거나 다른 정책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혹여나 29CM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비판은 앞으로 더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듣고, 글도 현황에 맞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티클은 브런치와 제 개인 블로그에 동시 작성됩니다! 로그로 놀러오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린 분석> 완전 정복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