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회 Dec 04. 2015

교실에 찾아온 새 한마리

2011년부터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 횡성의 작은 학교이다. 그곳에서 지금까지도 전교생이 서른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복닥복닥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교실로 날아든 새 한 마리때문에 아이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온종일 복도로 교실로 푸닥거리며 날아다니던 새 한 마리가 지쳐서 내려 앉았고 우연히 발견한 아이들의 손 위에서도 가쁜 숨을 내 쉬기만 했다.




아이들의 마음이야 늘 한결같게도 손 안에서 그 작은 심장을 콩닥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새를 감싸안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선생님 이 새 우리가 길러요” 

“잘 키울께요” 한 목소리로 부탁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야생의 새를 교실에서 길러낼 수는 없을 것같다. 아이들이 키워보고 경험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생명과 관련된 일이니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잘 기를 수 있을까 야생의 새를 쉽게 길들이기 어렵겠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새를 새장 속에 가두려고 하느냐 설득을 해도 아이들의 고집은 쉽게 꺽이지 않는다. 그래도 끝까지 기르자는 아이와 새 장 속에 가둬두는 건 불쌍할 것같다는 아이들 겨우 6명 밖에 안되는 아이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참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다 새가 불쌍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고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한마디씩 새에게 들려주고 복도 창 밖으로 날려주었다


그렇게 날려보낸 새가 여전히 아쉬운 아이들이 그제야 새의 이름이 궁금해지는가보다.

“그런데 선생님 아까 그 새 이름이 모에요?”

“쌤도 잘 모르겠는데 새 전문가가 아니라서 말이야. 나도 이렇게 가까이서 새를 본 게 처음이거든”

새를 잡았다는 흥분과 기르고 싶다는 생각에 전혀 고민해 본 적 없었던 새 이름에 대해 그제야 아이들이 하나 둘 자기 생각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새 자주 보던 새야. 그거 참새 아니야?”

“아니야 참새는 분명 아니야”

“그럼 까치인가?”

“야. 까치랑 까마귀는 내가 확실하게 안다. 아니라고..”

“쌤 쌤은 알죠? 새 이름?”

“아니, 나도 몰라. 옛날 쌤네 집 처마에 제비집이 있어서 제비는 확실히 아는데 …

그러면 제비도 아니고 까치나 까마귀도 아니고 ? 쌤이 생각해 봐도 참새도 아닌 것같은데…

그럼 우리 한 번 찾아볼까? 아까 사진도 찍어두었잖아”

그렇게 국어수업은 갑자기 새 이름 알아내기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어 버렸다. 뭐 내친 김에 새 이름 한 번 찾아보자고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컴퓨터실로 향했다.

칠판에 ‘우리 교실을 찾아온 새’라고 쓰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인터넷에서 우리 교실에 찾아온 새 이름을 찾으려면 어떻게 검색해야 할까?

검색어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찾을 수 있는데 적합한 검색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해”

새, 텃새, 철새, 4월에 보는 새, 학교에 사는 새, 횡성에 사는 새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그렇게 나온 검색어를 서로 나누어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찾은 검색어는 생각만큼 쉽게 원하는 내용을 찾아주지 않는다. 네이버를 검색할 경우 맨 위에는 검색어와 관련된 광고가 먼저 보여지므로 아래쪽의 통합 검색 부분을 확인해아 한다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한다. 여러 검색어 중 ‘새’라는 단어로 검색한 검색어가 원하는 사이트를 바로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네이버라는 익숙한 검색사이트만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하나의 검색어가 아니라 검색어를 통해 나타난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그 내용 속에서 또다른 검색어를 유추해 내고 이를 다른 검색엔진에서도 검색해 보도록 했다. 이번에 검색한 단어는 ‘조류도감’ 

 다양한 검색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이것을 실제 생활에서도 필요할때마다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날 아이들이 찾아본 결과 우리 교실에서 만난 새의 이름은 

"박새" 라고 한다.  시골살이 경험없는 나같은 교사뿐 아니라 주변에서 이런 새들을 자주 본 아이들 역시 그냥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해 지나가는 새의 이름 한 번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번에는 또 다른 새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지난번 새보다 덩치도 조금 크고 제법 재빠른 녀석이라 몇 번을 놓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학교 복도를 돌고 돌다가 도망간 녀석이 하필 도망간 곳이 선생님이 출장가신 3학년 교실이었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우르르 4학년 교실로 몰려들어왔다. “새가 들어왔어요 새요” “선생님 빨리요 빨리” 


지난번 녀석은 한 참을 혼자서 학교 복도를 떠돌다 지쳐 내려 앉은 녀석이라 아이들 손에 금방 잡혔는데 이번 녀석은 금방 들어왔는지 혈기왕성하고 소리도 꽥꽥 지르며 한 성깔하는 녀석이었다. 조용히 밖으러 나가라고 창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왜 우리 학교에 그렇게 새들이 들어오면 아이들 눈에 잘 띄는지 알게 되었다. 새로 전근와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모든 창문에 방충망이 붙박이로 달려있는 것이다. 영어실 앞에 있는 조그만 창문외에는 방충망이 고정되어 있어서 열린 창문이 없으니 현관 정문으로 들어온 이 녀석들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현관 정문으로 나가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제법 사나운 녀석이라 수건을 감싸들고 녀석을 뎦쳐서 잡아들었다. 

그렇게 잡고나닌 어느새 교실에 있는 갤럭시노트를 집어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달려온 아이들이 보인다. 손아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녀석이라 겨우 겨우 기념촬영()?)만 마치고 밖으려 날려보내주었다. 

지난번에 찾아둔 홈페이지가 있으니 이번에는 금방 새 이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선생님 노랑딱새에요” 

“개개비 아니야?”


여전히 사진마다 모습들이 조금씩 다르고 암수에 따라 달라서 무어라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노랑딱새는 노란 색이 조금 더 강하고 꼬리 모양이 때까치와 비슷하기도 했다.

때까치는 머리까지 주황색인데 이 녀석은 머리가 검은회색이라 노랑딱새와 더 비슷한 것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이들이 함께 찾은 여러 이미지 사진들을 모아 비교하고 우리반에서는 ‘노랑딱새’로 결론 내렸다.




 이렇게 교실을 찾아온 손님들을 자주 보게 되니 교실에 찾아오기만 기다리지 말고 학교 뒷산으로 녀석들을 찾으러 나가 보자고 아이들을 꼬셔서 뒷산을 올랐다. 그런데 막상 산 속에서는 멀리 소리만 들리지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다시 잡았던 녀석을 새 장 속에서 키웠으면 좋았을 거라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그 서운한 마음이 마음에 쓰여 이왕 새와 함께 시작한 새학기. 새 장 말고 새 집을 만들어 학교 주변에 새들을 찾아오게 하면 어떨까 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네 보았다. 그 다음 이야기는 새가 우리 교실을 찾아오고 나서 함께 했던 것과 같다. 새집을 만드는 법을 함께 찾아보고 어떤 새가 들어와서 살게 될지 이야기 나누고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기 시작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