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 주 남산에 오릅니다.

프롤로그 : 아내가 이렇게는 나와 못살겠다고 했다.

by 그리즐리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이 날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전 10시까지 출근을 하나, 나는 고객사에 출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보통 때와 같이 9시까지 출근했다. 출근을 하면서 아내에게 "6시에 끝날 것 같으니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어요." 라고 말해두었다.


하루 종일 업무와 마라톤 회의를 마치자 저녁 6시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퇴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0시에 출근했으니 7시로 퇴근시간이 밀렸다는 것이다. "전 9시에 출근했으니, 6시에 퇴근하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고... 초조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6시 30분이 되자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기다려달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7시가 다 되어 회사를 나섰고 7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영혼이 빠져나간듯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서며 회사에서 힘들었던 감정들을 쏟아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와중에도 이를 자제하지 못했다. 아내는 대로변을 걷다가 '이대로는 홧병날 것 같다. 왜 힘든 문제들을 회사에는 한 마디도 못하는 것이냐. 연애 때도 답답했는데... 이대로는 못살겠다' 라면서 갑자기 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울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개의치 않았다. 상황을 모면하는 것보다 아내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10분쯤 끌어안고 울다가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내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밖에 나가서 2시간 쯤 넋 나간 상태로 걸었다. 그리고 소주 1병을 사들고 와서 들이켰다. 속상해서 혼자 소주를 마시는 것,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다음 날 저녁, 퇴근을 하면서 아내에게 소주 한잔하자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친구들과 선약이 잡혀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아내와의 관계 개선 1차 시도는 어렵게 되었으나 최근의 힘듦을 토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


퇴근하고 만난 친구는 내게 "내가 10년간 봤던 형 모습 중에서 가장 상태가 안 좋아. 군대에서 안 좋은 선택을 하기 전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같아." 라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극도로 많은 업무량, 그러나 1인분을 제대로 못함에 있어 오는 질책들, 밥먹듯이 하는 야근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겨우겨우 견뎌내고 있었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또 어느 날은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는 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출근길에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무수히 많이 했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중에서 딱 하나만 꼽자면, "우울감이 몰려올 때, 집에 누워서 휴대폰만 보고 있지 말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걸어!" 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시작했다. "나는 매 주 남산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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