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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KR Aug 02. 2018

역사와 철학이 묻어나는 공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브런치에 글을 쓴지 벌써 몇년이 지났다.(아니 벌써?무슨 일이 있었던거지?ㅇ_ㅇ;;)


가볍게 기록을 하는 도구로써 사용하려고 했는데,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하고 싶은 망할노므 병때문에 차일피일 미룬게 몇년이다.

뭐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지만.


결론은 공간탐구생활이건 다른 탐구 생활이건.

나는 최대한 담백하게 느낀바를 글로, 나름의 기록으로 다시 남겨보려고 한다.

여기에서의 '탐구'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깊이감도 생길 것을 기대해 보면서!!:D


그 첫번째 포스트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다.


110년만에 찾아 온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스마트 워크를 하러 동네 카페에서 일을 하다 문득 그간 가봐야하지 하고 못가봤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떠올랐다. 그곳에 가면 미술관도 있고, 카페도 있다고 했으니 실내에서 시원~하게 할 일들을 하며 나머지 반나절은 영감의 수집과 새로운 카페탐방을 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방문했다.(미술관에 대한 리뷰는 별도로 작성하기로)


사진 속에서는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게 정말 안타깝군 ㅎㅎ


버스를 타고 신용산역에 내려서 조금만 가면 신사옥의 자태를 볼 수 있다. 밤에 외관만 본 적이 있는데, 낮에 보니 또 새롭다. 심플하지만 무언가 한국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찾아보니 영국디자이너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품이라고 한다.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당선 된 영국디자이너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내한 했을 때 인터뷰 내용에서 한국적인 느낌의 이유와 그와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한 바를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는 기사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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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퍼필드는 이날 “(설계안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회사의 목적을 살리면서 사회적 공간으로서도 쓰일 수 있는 건물을 지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업무뿐 아니라 직원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으로서, 또 지역 사회의 소통의 장으로서 쓰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했기 때문.  

치퍼필드는 특이성이 담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건축물을 설계했다.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한쪽 또는 그 이상의 면이 트여있는 방, 복도) 특징을 지닌 한옥의 중정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을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루프 가든은 각각 5층과 11층, 17층에 마련된 건물 속 세 개의 정원이다.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임직원들이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며 편안하게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게 됐다.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646835#csidx45dccb9aa34b804a9c3c3ece2a518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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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와 한옥의 특징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니. 거짓말이 아니라 웅장하게 개방된 공간이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는데 놀랍다. 의도한 바 대로 방문객이 느꼈으니 굉장히 뿌듯하실 듯?*_*


1층 로비 공간

한옥의 처마 밑을 걷는 듣한 사옥 외부를 지나 정문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

밝고 따뜻하고 청량한 느낌의 조명과 탁 트인 공간이 웅장함을 느끼게 했다.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

사원증을 차지 않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는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가 있다.

로비 입구쪽에 아모레퍼시픽의 이념과 역사, 신사옥의 목적과 상징성에 대한 중건기가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창의적인 생각이 싹트고 꽃피워 세상을 더 아름게 하기를 기원하며'라는 문구가 참 좋았다. 외적 아름다움을 가꾸는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이지만 '아름다움'을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며 그러한 활동들을 실천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와 닿았지 않나 싶다. (그런 이념과 방향성을 꾸준히 지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개인적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인포데스크의 자태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무튼 이런 사옥에서 일을 한다면 자부심과 애사심이 절로 생겨 날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사옥 자체의 건축디자인은 물론 이거니와 철학이 뒷받침 된 근거있는 조합들이 건물의 웅장함을 넘어 다가왔다.미술관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 도록들을 열람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가 나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입구 오른편에 apLAP라이브러리가 있다. 미술관 안내데스크에서 티켓을 소지하여야지만 입장할 수 있고 제한 된 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전세계 미술관의 도록들을 본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 또는 여행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주었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제작년에 다녀온 LACMA 섹션을 찾았다가 앤디워홀 도록을 발견하고는 냉큼 집어 자리를 잡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도록도 같이 챙겼는데 어디 뮤지엄의 도록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이노므 치매...)


아무튼 햇살이 멀리 비추는 창가에 앉으니 이 곳이 천국. 조용하고 책에 둘러쌓여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왼쪽부터 앤디워홀의 자화상(초기 드로잉) / 캠벨수프 작품으로의 첫 개인전 / 첫 페인팅작품 전시 at Bonwit teller 백화점 쇼윈도)


국내에서도 앤디워홀 관련 전시도 많이 했고, DDP에서 했던 전시에서 도록도 구매했었고, 관련 책들도 몇권 있는데 이 방대한 양과 정보의 도록이 어찌나 탐이 나던지. 그의 연대기와 처음보는 작품들. 특히나 초기의 작품은 너무나도 신기. 뒤쪽에 연도별로 사회,경제적 이슈들과 가족관계 및 가정환경과 관련 된 내용과 함께 앤디워홀 관련한 연대기가 있는데 그의 탄생 배경과 함께 그의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부터 어떤 것에서 영향을 받고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되고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두었다.  영문이다보니 읽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전부 읽진 못했다.ㅎㅎㅎ시간이 넉넉할 때 자리 잡고 구글번역기 켜놓고 봐야할판..ㅎㅎ


공간은 복층 형태로 되어 있으며, 2개 층에 각 지역별 미술관의 도록들이 정리되어 있어 관심있는 나라와 그 나라의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책을 통해서 관람할 수 있다.

여유있게 방문하고 싶은데, 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려나 걱정이 좀 되는군.


미술관 관람 후 apLAP까지 들리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하에 도렐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다른 정보는 없었는데, 내려가서 정말 우와~했다.

트랜디한 F&B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종류도 중식,한식,분식 등등 다양하고. 안경점과 은행,편의점 등 편의 시설이 있다. 요즘같은 날씨에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굳이 밖을 나갈필요가 없는 것.ㅎㅎㅎ

지하 공간인데도 조명이 밝아 쾌적하다
라인업 좀 보소

나는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리김밥에서 허기를 달래고,도렐에서 남은 일들을 마무리! 도렐은 제주 플레이스점을 몇 번 가보고 서울에서는 못가봤는데, 도렐의 너티 클라우드는 정말 너무나 맛있다.쓰읍.


아 그리고 감명의 최고봉은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허허허허

버스를 타고 가서 몰랐는데...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다.

참나 너무 반가워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고 유유히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퇴-근!

지하철 플랫폼은 무진장 더웠으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같은 날씨에 이게 얼마나 행복이야.

게다가 복합몰처럼 사람이 붐비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첫인상이 참 좋게 남았다.

한 브랜드를 지켜 온 역사와 가치관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있어보이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한 브랜드의 사옥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다른 사옥들도 한번 탐방을 해봐야겠다.^^;ㅎㅎ


+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마무리 멘트를 남겨야 할 때가 되었다.


내가 공간탐구생활을 하는 이유는 '공간'이라는 것은 복합예술과도 같아서 거기에서 얻는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가 좋아서이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기고 자연스럽게 여러 데이터가 축적되고 또 변화하고 하는 것들이 늘 흥미롭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 '누가 만든거지?' '내가 느끼는 이 다름은 어디에서 오는거지?'라는 물음을 던지며 탐구하는게 그냥 너무 재밌기 때문에.


앞서도 말했듯이 '탐구'라고 하는 것에 깊이는 그리 없겠지만.이것또한 축적되면 어떠한 기록으로의 가치가 생기겠지? 너무 큰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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