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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국에서

미세먼지, 그래서 어떡할건데?

4년의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중국을 보니...2탄

by Groovycat

2018년 12월 23일에 중국 천진에 있는 시댁에 도착했다. 2015년 2월에 한국에 온 가족이 이민(? 나에게는 이민이 아니라 귀국이다)을 오고 나서 이렇게 장기간 중국에 간 건 처음인 것 같다. 중국에서 2019년을 맞았으니 약 4년 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중국에 가기 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아침마다 타는 냄새 난다면서 6살짜리 둘째 아이에게 마스크를 강요했다. 동시에 한 숨이 나왔다. 며칠 후면 중국에 가야하는데, 아이들 마스크와 선물용으로도 마스크를 20개 정도 구입해갔다. 내 발로 칠흙같은 어둠 속으로 가는 심정, 그냥 한 달동안은 집에만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북경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공항을 나오는데, 어라? 맑은 하늘이 보인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 아~ 잠깐 소강상태구나.


근데, 좀 이상하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계속 맑음이다. 자존심이 상해 남편에게도 묻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발' 미세먼지 즉 made in china로 미세먼지에까지 원산지 표시를 하니까. 중국이 이 정도니 한국은 얼마나 깨끗할까. 그 생각만 하면서 보름 정도 지나니 스물스물 미세먼지의 기운이 올라온다. 그럼 그렇지. 이제 동면을 시작할 때가 온 것인가. 2013, 14년 즈음에는 바로 앞 동이 보이지 않았다. 앞 집 창문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하얗게 변해버렸다. 근데 4년이 흐른 지금, 좀처럼 그 농도가 짙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 주 주말에 남편 학교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나보다 어린 형님 한 명이 들어오며 하는 말이, "참, 우리도 미세먼지가 있었지. 하도 오랫동안 없다보니 미세먼지가 있었던 것도 생각 못했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정작 원인 제공을 한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있었단 걸 잊어버릴 정도라고?

KakaoTalk_20190207_155629605.jpg 12일 중국 천진 진남구의 고모님댁 창문에서 본 바깥 풍경, 다음날부터 다시 좋아지더니 3일 정도후 정상화 되었다


15일 연합뉴스 사진.jpg.png 15일 연합뉴스 기사에 나온 서울 미세먼지

그 때가 아마 1월 11, 12일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주말이라고 친구들이 온거니까. 그 다음주 한국에는 최악의 미세먼지라고 휴교를 해야하니 마니 하는 뉴스를 봤다. 친정 엄마와 통화할 때도, '오늘 여기 미세먼지 조금 있으니까 내일 저녁 정도부터 거기도 미세먼지 나쁨 뜰거에요. 마스크 챙기고.'

맞아.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간격을 두고 한국에서 난리가 난다. 매일 매의 눈으로 날씨를 관찰하는 나같은 극성 아줌마들이나 느끼는 거지만. 근데 왜 중국 사람들은 그걸 전혀 문제라고 생각 안하냐고.


단언컨대, 2015년 당시 중국 화북지방, 즉 북경, 천진 등지의 미세먼지 상황과 2019년 지금의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15년을 100으로 본다면 지금은 10 정도라고 생각한다.

남편 말에 의하면, 국가 난방 공급원이 석탄에서 지금은 천연가스로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북경, 우루무치, 천진 등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천연가스로 바꾸고 있으며, 전기차도 많이 보급되어 있었다. 천진 시내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모두 전기차였고, 오피스텔이 밀집한 지역에는 주변에 전기차 충전소를 물어보면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주택가, 아파트에도 1층에 심심찮게 충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버스 정류소에서 담배냄새는 많아도 매연 냄새는 별로 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중국 동해 연안 쪽으로 공장을 옮겼다더라, 한국을 타겟으로 잡고 그런다던데... 그런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어떻게 중국이 변해가고, 그 변화가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정확히 분석하고 리서치 해야할 것 같다. 나도 '카더라' 통신만 듣고 욕만 했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정말 정부가 마음 먹고 연안으로 옮긴건지 어떤건지. 한국이 중국의 남동쪽에 자리잡고 있으니, 겨울이면 한국으로 불어오는 북서풍 따라 미세먼지고 뭐고 다 날아올텐데, 그걸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원산지 표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닐 듯 싶다. 메이드인 차이나가 싫다고 슈퍼에서는 골라낼 수 있지만 공기를 골라내서 선택할 수는 없지 않나. 남탓하고 있는 사이, 이미 밥 보다도 많은 미세먼지가 우리 콧속으로 입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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