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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이다

홀로 타오르며 세상을 바라보는 별이다.

by 한빛나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본 적이 있다.

별 하나가 조용히 떠 있었다.

크지도 않고, 유난히 반짝이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계속 머물렀다.

그 별을 바라보다가,

헤르만 헤세의 시를 떠올려본다.


나는 별이다.
나는 창공에 뜬 별,
세상을 내려다보며 경멸하고
제 열기에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다

나는 밤마다 사납게 폭풍이 이는 바다.
묵은 죄에 새로운 죄를 쌓아올리며
무거운 죄로 탄식한다

나는 당신들의 세상에서 추방당한 자
자만심으로 자라고 자만심에 속은
나라 없는 왕이다

나는 말 없는 정열.
화덕 없는 집에서, 칼 없는 전쟁에서
제풀에 지쳐 병이 들었다.


나는 저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별이다.

가만히 세상을 내려다본다.

모든 이가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나도 그 일부가 되고 싶다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하지만 내가 가진 열정은,

늘 내 안에서만 불타오른다.

누구도 그 불꽃을 함께 지펴주지 못한 채,

나는 나 스스로를 태우며 여전히 그곳에 떠 있다.




사람들은 빛나는 것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것, 커다란 것, 빠른 것을 좇는다.

나는 그 기준에서 늘 조금씩 어긋났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빛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아주 작을지라도,

내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지라도,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별은 소리 내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가장 묵직한 위로가 되어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요란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밤을 조금은 덜 어둡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요즘 세상과 조금 멀리 떨어진 채

홀로 타오르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도

당신만의 온도와 빛으로

분명히 누군가의 하늘에 떠 있는 별일 거예요.

그 사실만큼은 잊지 않길.


나는 별이다.

세상을 그리워하지만,

결국 나만의 열정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를 위한 이름.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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