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읽고
가끔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누군가에게 계속 해명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예민한지, 왜 이렇게 외로운지, 왜 이렇게 강해지려 하는지.
그럴 때면 “나만 이상한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그런 질문들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요조와 임경선이 주고받는 편지 속에는, ‘정답’ 대신 ‘진심’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고단함을 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옆에 앉아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듣고 싶었던 위로가 아닐까.
요조는 말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미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울 앞에 오래 서 있는 나를 본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었다.
나 역시 ‘꾸미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를 알고 있으니까.
임경선은 또 이렇게 고백한다.
“여자는 평생 누군가를 돌보는 존재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너무 서툴다.”
이 문장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았다.
돌봄의 이름으로 자신을 후순위로 미루는 일,
그게 얼마나 자연스러워져 버렸는지를 생각했다.
이 책이 특별한 건, 두 사람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들을 편지처럼 주고받는다.
서로의 고독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곁에 두는 태도.
그 따뜻한 거리감이 좋았다.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고, 사랑하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흔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로 남는다.
조금은 지치고, 조금은 단단한 모습으로.
책장을 덮고 나니 이런 마음이 들었다.
우리도 서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었지? 그래도 괜찮아. 나도 그래.”
그 말 한마디면, 오늘 하루를 조금은 덜 외롭게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10월의 책, 요조와 임경선의〈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읽으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페이지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선정해 주신 수다작가님이 건네주신 편지들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화두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