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왜 나때문이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황당한 순간들이 있어요.
아이가 가지고 놀던 로보트에 팔이 빠져 아이가 신경질이 났을 때 (내가 망가트린거 아님-_-;;;)
아이가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아프다고 울 때 (내가 넘어지게 한거 아님-_-;;)아이는 신경질과 원망을 우리에게 쏟아내곤 해요.
엄마나빠! 엄마미워!
엄마때문이야! 엄마 싫어!!!!
어떤 순간에는 그냥 넘어가기도 하지만,
또 어떤날에는 은근히 빈정이 상하기도 해요. 왜 잘 놀다가 잘못되면 다 내탓을 할까? 싶죠.
심지어 내가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면 그런 사소한 아이의 말에 화가 나기도 해요.
고백할 것이 있어요. 사실 저도 아이가 놀다가 잘 안되니 저에게 "엄마미워 짜증나" 라고 했는데 그날은 참지못하고 아이에게 저도 화를 뿜어 버린적이 있었어요. 그날 따라 마음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이렇게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는데 아이마저도 나를 원망하고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구나 싶어서 갑자기 눈물이 빵빵 터져 나오더라고요.
이웃님들 나만 그런거 아니죠? ㅋㅋ엄마라면 이런 순간들, 아마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우리에게 나쁜 감정을 쏟아내는 걸까요? 이유를 안다고 100% 언제나 마음을 다스릴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이해한다면 마음이 좀 더 너그러워질 수는 있을거예요.
*아이가 햘퀴거나 때리는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 훈육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니예요. 곤란한 일이 생길때 감정을 엄마탓으로 돌리는 아이행동의 이유를 심리이론으로 설명하는 글임을 미리 안내드려요. 공격성은 다른 글에서 다룰거예요 :)
아이의 마음은
투룸 (two rooms)이예요
아이가 자신만 알다가 엄마라는 사람을 인지 하게 되고 더 나아가 걸음마를 하면서 세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죠. 이렇게 성장해가는 아이의 마음이 집이라면 그 집은 "투룸" 이예요.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거죠.
무슨말이냐면 우리의 마음에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섞여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나쁜 것은 다른곳에 두려고 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나쁜 감정이 들때 나쁜것으로 부터, 나의 좋은 것을 지켜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불편하고 어렵고 힘든 것이 찾아오면 이 <나쁜 것>을 멀리멀리 떼어서 두고 싶어해요.
나의 마음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엄마에 대한 마음도 그렇게 나누어요. 엄마가 좋으면서도 나쁜.. 그런 통합된 엄마가 아니라 예를 들어 밥주면 좋은 엄마, 배고프게 하면 나쁜엄마! 이런식으로 엄마도 마음대로 나누어두려고 해요. 좋으면서도 나쁘고 다시 좋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지 않기에, 나의 소중하고 좋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 나쁜 것은 무조건 칼같이 그어서 멀리 쫓아내려고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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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마음을
엄마쓰레기통에 버릴래요
아이는 좋은 것을 지켜낼 힘이 없어서 나쁜 것을 마음에서 쫓아내버려야해요. 그러려면 멀리멀리 밖으로 보내야하는데 아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안전하게 이걸 버려도 되는 사람은 부모, 특히 엄마인거예요. 불편한 마음, 싫은 마음, 짜증나는 마음 등을 던져서 버릴 곳이 엄마말고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으니까요.
나는 힘들지만 이걸 엄마에게 보내버리면 엄마는 이걸 잘 다루어 줄꺼야. 엄마는 깨끗하게 좋은 것으로 만들어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아이는 엄마에게 이 감정들은 던지게 되는거예요.
"이건 엄마 떄문이야"
"엄마가 나빠"
"엄마하고 안놀아"
"엄마미워"
아니 자기가 싫다고 이걸 나에게 던져?? 좀 무례하게 느껴지지요. 그런데 아이들, 특히 3세전후 까지의 아이들이 이런 무례함을 보이는 건 당연한 과정이예요.
이건 진짜로 엄마가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예요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나쁜 것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나를 보살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에게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쓰레기통처럼 그곳에 던져 버림으로써 아이는 마음을 계속 깨끗하고 좋게 지킬 수 있다고 안도하게 되거든요.
네가 다시 가져가!!!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나쁜것을 엄마에게 던지며 처리해달라고 맡길 때마다 매번 엄마가 그것을 다시 쳐내어 아이에게 보내버린다면 아이는 어떻게 느끼게 될까요?
아이가 처음에 엄마에게 보낸 것은 심각하지 않은 적당히 나쁜 수준의 불편함 정도였을 테지만, 엄마에게 갔다가 다시 튕겨나온 것은 이제 더 나쁘고 무거운 것으로 돌아오게 되어요.
받아주지 않았다는 공포, 더 커진 이 덩어리를 어찌해야하지 라는 불안감, 그리고 엄마가 나를 버리거나 밀어내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 등등 아이가 더 감당할 수 없게 몸집이 커져버려요.
조그마한 것을 보냈는데 더 크고 나쁜것으로 돌아오는 절망감을 아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러한 경험이 계속 계속 반복되게 되면 아이의 마음속도 어느정도 모양이 굳어져 버리게 돼요. .
나쁜 것을 보내고 해결하는 것을 도움받아 본적이 없으니 겉으로는 의연하고 괜찮아 보일 수 있으나 마음에는 늘 넘지못한 한계가 있는 것처럼 두려움을 안고 살 수 있어요. 또 오히려 세상에 있는 나쁜 것들을 안느끼려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고요. 엄마의 불안이 더해져 두배로 더 나쁘게 돌아온 두려움이나 죄책감 같은 마음을 아이는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차라리 모르는 척 하며 사는 것이 더 편할테니까요.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한다고 해서 아이를 늘 이해해줄 수 있는 것만은 아니예요. 하지만 아이는 마음처리가 미숙하고 그것을 배워가는 중이기에 그 감정을 대신 부탁할 엄마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아이가 나를 미워하나? 라는 마음때문에 더 속상하거나 더 화가 나는 것을 조금은 줄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의 이런 오락가락하고 힘든 마음, 어떻게 해결을 도울 수 있는지 간단히 나눠볼께요.
악당을 물리치는 놀이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의 놀이를 보고 있으면 악당이 자주 등장하고 그것을 물리치거나 약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곤하죠.
나쁜것과 좋은 것을 나누어 싸우게 하고 해치우는 아이의 놀이는 나름대로 아이가 자기 마음에 복잡하고 나쁜 감정들을 해결하는 과정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놀이의 정석을 연재하면서도 반복하여 설명드렸지만, 아이가 자신의 주도에 의해서 놀이를 하고 그 안에 아이의 것을 담아내야 하는 이유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모양의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간혹, 아이가 놀이 안에서 무찌르고 싸우고 그런 놀이를 너무 많이 해서 공격적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많이 질문하세요. 물론 아이가 과도하게 흥분해서 정말로 사람을 때리는 등 경계를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입이 필요하기도 하고, 놀이가 시작되기전 선을 명확하게 그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개 놀이안에서 아이가 무찌르고 공격하며 영웅이 되는 스토리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놀이는 아이가 가장 안전하고 편하게 감정을 담아내고 처리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니, 놀이에서 만큼이라도 아이의 의지와 표현을 이해하며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 나빠, 엄마 때문이야! 를 조금만 마음그릇에 품어주세요
아이가 "엄마 미워!" "엄마 나빠!" "엄마 때문이야" 라고 나쁜 감정을 죄다 모아 던질 때,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을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실거예요.
사실 아이의 감정을 처리해준다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은 아니예요. 그냥 "그렇구나" "그렇게 느끼는 구나" 라고 아이의 표현을 그대로 담아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마치 엄마의 마음그릇에 아이의 그런 나쁜 감정덩어리를 대신 담아주는 것 처럼 말이예요.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3세 전 후 까지 아이들이 감정을 엄마에게 던지며 무례하게 구는 것은 어느정도 지나가는 과정이예요. 아이가 부리는 그 감정의 투정이 어느정도 수용이 되어야 아이는 점차 좋지 않은 것도 내 안에서 함께 지내게 하며 잘 소화시킬 수 있어요.
응석을 받아주거나 아이가 다 옳다고 해주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네가 그렇게 느꼈구나" 라고 인정해주는 의미예요.
아이가 맡겨놓거나 버려두는 감정을 "그렇게 말하는 네가 더 나빠" "하여간 넌 맨날 그렇게 말하지"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 처럼 다시 아이에게 쳐내어 튕겨내지 않는 정도면 괜찮답니다. 엄마가 슈퍼우먼처럼 다 해결해주고 그런 감정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맡아주는 정도로 반응해주셔도 '충분'해요. 그런 후 아이가 4-7세로 점점 성장해가는 동안, 그 감정을 그 방법이 아닌 더 건강하고 괜찮은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조금씩 보태어 주면 되고요.
초등학교 전까지의 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것 같아요. 아직 한번도 맞춰보지 못한 퍼즐을 한조각 한조각 매일 해나가는 중인거죠. 한번도 완성해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이라 낯설고 불완전해요.
아이의 감정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아이는 매일매일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배워나가고 아이의 마음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안에 있어요.
우리 눈에는 불안정해보이지만, 그 과정중에 있는 오늘도 아이는 미숙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아이에게 조바심을 조금 덜 내고, 우리도 조금 덜 불안할 수 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