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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추도사 Sep 01. 2020

나를 위해 글을 쓴다.

브런치에 일기를 쓰는 이유

절친에게 써준 생일 축하카드:) 내가 읽고 우리 우정에 또 감동함ㅋㅋ


어렸을 적 부터 내인생에 도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주말에도 빼놓지 않고 일기 썼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방학숙제 시상식날, 일기왕중왕에 내이름이 호명되길 내심 기대했지만 받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일기를 썼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했지만 나는 일기장을 읽고 또 읽으며 깔깔거리고 울기도 했다.  


성인이 되서 하루를 되돌아 보는 일기는 쓰지 못했다. 누군가를 위한 뚜렷한 목적이나 필요가 있을 때만 펜을 들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 글 또한 나를 위한 글이 었다. 어버이날엔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다가 어버이의 희생에 감명해 눈물을 흘리며 효도를 다짐했고, 남자친구에게 연애편지를 쓰기 위해 삼일 동안 문장을 쓰고 지우며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편지 속 사랑 내용에 취해 그와의 애정에 더 불타올랐다. 나는 분명 누구를 위해 글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며칠 간 회사에서 겪은 한탄과 소회를 다룬 글들이 조회수 5만을 찍고, SNS플랫폼에 올랐다. 기쁨보다는 두려웠다. 소기업 사원이 겪은 굴욕, 이직 실패기, 팀장과의 다툼 등 친한 친구에게도 선뜻 말하지 않은 수치스러운것들이 내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거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지난 3년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회사이야기는 어떤 이야기 보다 단숨에 써졌다. 회사생활은 나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면서 내가 쓴글을 읽고 또 읽었다.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했지만 여전히 내 글의 가장 큰 팬은 나다. 13살의 초딩이 상을 못받아도 내가 좋아서, 내인생이 재밌어 일기를 썼듯, 서른살 직장인인 지금.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글을 가장 많이 읽고 또 시간이 지나도 이글을 읽어줄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일 테니깐.


안식휴가의 막바지, 쓴 글을 읽어봤다. 휴가 동안 회사 생각에서 벗어나는게 목표였는데 그토록 싫던 회사 이야기만 썼다. 그 글을 읽다보니 4년차 직장인의 삶을 함께 써준 애증의 관계인 팀장도, 사소하고 작은 일의 연속인 업무도 고마웠다. 그래서 출근을 하는날 돌릴 떡을 주문했다. 소중한 일상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그리고 나도 그떡을 먹으며 다짐했다. 직장인의 나도 사랑하고 기록하자고. 내가 항상 나를 응원한다고.


언론고시 시절 썼던 작문, 이글도 시험을 대비해 썼지만 결국 나를 위해 쓴 에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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