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13화] 둘 다 쉬면, 뭐 먹고살아요?

24. 12. 8. (일) 공동 육아휴직과 경제생활 (1)

by 영글생

"생활은 괜찮아?" 아내와 함께 공동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노라면 두 번 중 한 번 꼴로는 이 말을 듣는다. 그리고 이런 걱정을 해주는 이들은 대개 이미 자신이나 배우자가 육아 휴직을 해 본 선배들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 가정의 경제생활을 걱정하지 않는 나머지 부류는 어떤 반응이냐고? "육아휴직 그거 수당 나오지 않아?"


물론 감사하게도 수당이 있다. 육아휴직을 하면 첫 12개월 동안 수당이 지급된다. 교육공무원을 비롯한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서 육아휴직수당 지급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제11조의 3(육아휴직수당) ① 「국가공무원법」 제71조제2항제4호에 따른 사유로 30일 이상 휴직한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육아휴직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월봉급액의 8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다만, 해당 금액이 150만원을 넘는 경우에는 150만원으로 하고, 해당 금액이 70만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70만원으로 한다. <개정 2017. 9. 5., 2019. 1. 8., 2022. 1. 4.>


우리는 위와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기간 동안 휴직을 하였다. 육아휴직수당은 본봉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해당 액수가 1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150만 원까지만 지급이 된다. 그렇지만 수령액이 150만 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여금(공무원 연금)과 사후지급금과 같은 항목이 공제된다. 사후지급 제도란 육아휴직수당의 25%를 별도로 공제하였다가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속하면 일시에 지급하는 제도다. 일을 그만두지 말고 복직 후 근속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되었다지만 당장 생활이 빠듯한 부모들에게는 공허한 명분이다. 첫 3개월의 특례지급기간(상한액 250만 원)이 지나고 지급되는 실수당은 월 90여만 원 남짓.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 어려운 금액임은 분명하다. Covid-19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던 시절, 초등학생 자녀 교육을 위해 본인의 아내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던 선배의 표정이 비장했던 까닭을 이제 알 듯하다.


이런 곤란함을 덜어주기 위해 2024년 1월 1일부터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 대한 육아휴직수당(속칭 아빠의 달 수당)이 개선되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 대한 수당의 특례기간과 상한이 확대되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3개월이었던 특례기간이 6개월로 늘어났고 상한액도 월차별로 200만 원에서 450만 원까지 상향된 것이다.[(1개월) 200만 원, (2개월) 250만 원, (3개월) 300만 원, (4개월) 350만 원, (5개월) 400만 원, (6개월) 450만 원] 이러한 정책을 통해 ‘남성공무원 육아휴직 활성화 등 부모 모두의 육아참여 확대‘를 기대한단다. 우리 둘째를 위해 준비된 정책일까. 이 덕에 '용감하게' 부부 공동 휴직을 결정했다.


휴직 후 실제 수령액을 보니 예상과 달랐다. 8월 수령액을 보고 든 생각은 '생각보다 적네.' '다음 달엔 좀 낫겠지.' 8월 13일부터 휴직을 시작했으니 8월은 일할 계산된 급여와 육아휴직수당이 섞여 지급된 걸 뒤늦게 알았다. 8월보다 더 줄어든 9월 수령액을 보고서야 따져볼 생각을 했으니. 처음에 든 생각은 '행정실에서 착오가 있었나?' 급여 명세서에 적힌 세부 내역을 보고야 아차 싶었다. 미리 조금만 더 꼼꼼히 따져 볼걸. 휴직 전 상한액이 늘었다는 것만 봤을 뿐, 위에서 언급한 수당 산정 기준을 하나씩 따져 보지 않는 실수를 하였다. 월차별로 상한액을 올라가다 보니 달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졌지만 체감이 그리 신통하지는 않다.


직장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육아를 위한 수당을 지급한다.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이다. 2024년부터 부모급여로 0세는 월 100만 원, 1세는 월 50만 원을 받는다. 아동수당은 월 10만 원이다. 첫째의 부모급여는 어린이집 보육료로 자동 지불된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줄어든 통장 잔고와 별도로 모아 둔 둘째의 부모급여를 더하니 얼추 비슷하다. 가을 여행을 제외하면 사치를 멀리하려 애썼다. 융자 원리금 및 관리비, 카드 대금 등 일체의 지출과 수입이 들어맞는다. 물론 수입보단 지출이 더 많고 복직 전까지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예정이다. 그래도 아이만 돌보며 반년을 수당으로 버텨냈다는 게 뿌듯하고 고맙다. 어려운 시기의 우리 가정을 지원해 준 우리 사회의 복지 제도에게는 특히 더.


다산 선생은 방산 이도영에게 답하는 편지에서 강구실용(講究實用)을 언급한 바 있는데 정민 교수님은 이를 일컬어 다산의 학문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하였다. 공부를 하더라도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단다. 이에 비해 경제 활동을 멈추고 아이를 돌보는 생활은 일견 소모적이면서 이윤과는 거리가 먼 일처럼 보인다. 이는 가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으리라. 치우고 치워도 쌓이는 집안일처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축적되지 않으니까. 며칠 전 첫째를 데리고 30분을 걸었다. 칼바람을 뚫고 제힘으로 걷겠다는 녀석은 이제 다릿심이 자랐는지 휘청이지 않는다. 귀에 팔을 붙여야 내 손을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 키가 커서 버스 손잡이 마냥 편히 잡는다. 둘째는 어느새 제 언니와 내복을 공유할 만큼 컸다. 아침마다 두 녀석을 좌우 허벅지에 앉히고 끌어안으면 가슴팍도 마음도 실팍하게 들어찬다. 올해의 실용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으로 가늠해 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12화] 고집스런 생일, 할 만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