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그릇을 키우는 정서 레시피

Chapter 4 : 아이마다 다른, 책 읽기 명당 찾기

by 테라

꼭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어야 할까요?


많은 어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책 읽기 풍경이 있습니다. 따뜻한 조명 아래,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책상 앞에 바르게 앉혀 함께 책을 읽는 평화로운 모습이죠.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아이는 몸을 비비 꼬고, 바닥을 굴러다니거나, 심지어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책 읽어주는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딴청을 피우기도 합니다.

이때 어른들의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똑바로 앉아야지!", "집중해서 들어야지!"라며 아이의 자세를 고쳐 잡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습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무릎 위보다 거실 구석 텐트 안이 더 편안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거꾸로 매달려 듣는 것이 훨씬 더 이야기에 몰입하기 좋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자세로 책을 본다고요?


아이들과 함께 하며 제가 만난 책 읽기 자세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에는 걱정스러울지 모르지만 이야기 셰프의 눈에는 그저 이야기를 가장 맛있게 소화하는 중으로 보였던 장면들을 소개합니다.

* 박쥐형 자세(거꾸로 보기) : 소파에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바닥으로 향한 채 책을 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피가 머리로 쏠릴까 걱정되어 바로 앉히고 싶으시겠지만, 아이는 지금 세상이 뒤집힌 새로운 각도에서 그림 속 숨은 디테일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 레고형 자세(손따로 귀따로) : 손으로 쉴 새 없이 블록을 조립하며 귀만 쫑긋 세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듣고 있나?'라고 물으면 신기하게도 방금 읽어준 이야기의 줄거리를 줄줄 읊지요. 이 아이들에게는 손의 움직임이 뇌를 깨우는 스위치입니다.

* 잠복형 자세(동굴형 보기) :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책을 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얻은 방 안, 좁은 이불속은 아이에게 현실을 차단하고 오직 이야기 속 세계에만 완벽히 몰입하게 해주는 최고의 영화관이 됩니다.

* 미어캣형 자세(졸졸 쫓아다니기) : 부모님이 화장실에 있든 주방에서 요리를 하든, 책을 들고 졸졸 쫓아다니며 읽어달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독서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 호기심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정서적 갈증의 표현입니다.

* 낮은 포격 자세 (비장한 몰입) : 마치 사격장의 포격수처럼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책을 응시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비장한 몰입형 자세입니다. 지금 이 아이에게는 주변의 소음도, 엄마의 잔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눈앞의 이야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 한 장면 한 장면을 마음속에 쏘아 맞히듯 집중하고 있다는 최고의 몰입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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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자,선생님들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growing_room 상담 심리사이자, 좋은 글에 다정하게 다가가는 댓글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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