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 : 교과서가 쉬어지는 단어 습관
교과서라는 딱딱한 빵을 부드럽게 소화시키는 '단어의 잼' 바르기.
"선생님, 우리 애는 책을 진짜 많이 읽거든요? 근데 시험 점수가 왜 이럴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미스터리입니다. 글자를 읽을 줄 알고, 소리 내어 읽기도 잘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들. 셰프의 눈으로 진단하면 이 아이들은 무늬만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재료(글자)를 씹어 삼키긴 했는데, 그 재료가 감자인지 고구마인지 맛(의미)을 전혀 못 느끼는 상태, 바로 실질적 문맹입니다.
범인은 바로 한자어(개념어)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구어)과 교과서에 나오는 말(문어)은 완전히 다른 식재료입니다. 일상에서는 "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돼"라고 말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이 형성된다"라고 합니다. '응결'과 '형성'이라는 단어의 맛을 모르면, 아이에게 교과서는 아무 맛도 없는, 씹기 힘든 고무 타이어와 같습니다.
어휘력은 단순한 국어 실력이 아닙니다. 수학, 과학, 사회 등 모든 과목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그릇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교과서가 술술 읽히는 셰프의 '어휘력 특제 소스'
1. '대충 넘어가기' 금지! 걸리는 건 뱉어내고 확인하세요.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문맥으로 대충 때려 맞추고(Guessing) 넘어가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소설책을 읽을 땐 괜찮지만, 교과서 읽을 땐 치명적입니다. "이 단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줄래?"라고 물어보세요. "그냥 그런 거 있잖아..."라고 얼버무리면 모르는 겁니다. 모르는 단어는 요리 속의 돌멩이입니다. 그냥 삼키면 배탈(오개념)이 납니다. 반드시 멈춰서 돌을 골라내야(뜻을 찾아야) 합니다.
2. 한자(漢字)라는 '뿌리 육수'를 활용하세요.
우리말 개념어의 70% 이상은 한자어입니다.
한자를 쓸 줄은 몰라도, 소리와 뜻은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반적'이라는 단어를 모르면, '전(全 - 전체 전)'과 '반(般 - 일반 반)'이라는 뿌리를 알려주세요. 이 '뿌리 육수' 맛을 아는 아이는 처음 보는 단어가 나와도 겁먹지 않습니다. "아, '수(水)'가 들어갔으니 물이랑 관련된 거겠구나!" 하고 유추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진짜 어휘력입니다
3. 국어사전은 주방의 '필수 도구'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엄마, 이게 뭐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바로 답을 알려주지 마세요. 대신 국어사전(종이 사전이든 앱이든)을 쥐여주세요. 직접 찾아보는 과정은 뇌에 단어를 각인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스스로 도구를 써서 재료를 손질해 본 아이만이 나중에 혼자서도 요리(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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