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주, 목요일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평화롭던 교실에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사건의 발달은 은호의 다급한 외침에서 시작되었지요.
"선생님~ 제 양말 한쪽이 사라졌어요."
은호의 발을 보니 정말 한쪽은 이미 잘 신겨진 노란 양말이, 다른 한쪽은 맨발인 채
한 발로 깡충깡충 뛰며 긴급상황을 알립니다.
개인물품이 사라진다는 것은
유아선생님에게는 빨간 불 중에 빨간 불!
게다가 추운 겨울에, 양말 없이 귀가한다는 것은 크나큰 경보음입니다.
은호의 이야기에 갑자기 친구들은 '탐정모드'로 돌변합니다.
"내가 소꿉코너에 가볼게." "나는 블록 쪽을 볼게"
"아까 은호가 색종이 접기 했던 거 같은데, 나는 그쪽을 확인해 볼게"
아이들마다 저마다의 돋보기를 든 탐정처럼 교실 구석구석을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도 아이들의 가방부터 책상 밑을 이 잡듯 뒤졌지만, 노란 양말 한쪽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10분쯤 흘렀을까요?
모두가 지쳐갈 때쯤, 사건의 당사자인 은호가 아주 조심스럽게 제 옷자락을 당깁니다.
"선생님,.... 사실 양말은 여기 있어요."
은호가 가리킨 곳은 가방도, 사물함도, 소꿉. 블록, 책상밑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은호의 오른쪽 발.
이제야 자세히 보니 노란 양말이 신겨있던 오른쪽 발이 제법 두툼합니다.
양말이 사라진 게 아니라, 한쪽 발에 두 양말을 모두 신었던 것이지요.
"양말 신기 귀찮아서... 그냥 한꺼번에 신었어요."
은호의 고백에 교실을 누비던 꼬마 탐정들은 일제히 멈췄고,
사라진 양말 한쪽에 걱정은 다행으로 바뀌고 모두의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oh, my god!!를 수십번 외치면서.. )
결국 '사라진 양말 찾기 소동'은 은호의 발에서 두 짝을 분리해 각각의 발에 신는 것으로 훈훈하게 종결되었습니다.
어른들의 '없어지면 큰일 난다'는 긴장과 걱정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답을 찾곤 합니다. :-)
10분간의 헛수고는 걱정도 있었지만, 은호의 기발한 발상 덕에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필요했지요.
'모두에게 걱정과 헛수고를 주는 장난'은 하지 않기로요.
유아기의 발달은 단순한 사건 속에서도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3-7세 아동은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하고, 때로는 귀찮음을 피하려는 단순한 선택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양말을 한 발에 두 개 겹쳐 신은 은호의 행동은 어른들에게는 ‘사라진 물건’이라는 긴급 상황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유아 특유의 독창적이고 즉흥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규칙과 사회적 약속을 배우는 과정에 있으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교실 전체가 탐정놀이처럼 변한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협력과 탐색, 문제 해결의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교실을 수색한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 목표 달성을 배우는 과정이었고, 이는 또래 관계에서 중요한 발달 과업입니다. 동시에 교사는 아이들의 불안을 공감하면서도 사건이 해소된 뒤에는 ‘장난으로 모두를 힘들게 하지 않기’라는 약속을 통해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규칙을 내면화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사회적 발달을 돕는 교육적 순간이 됩니다.
결국 이 작은 소동은 유아들이 자기 행동을 성찰하고, 협력 속에서 웃음을 나누며, 규칙과 배려의 의미를 배우는 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발달 단계에 맞게 아이들의 기발한 발상을 존중하면서도,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따뜻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며, 이런 경험이 쌓여 아이들은 점차 사회적 책임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가게 됩니다.
ㅣ 사라진 양말은 어른에게 '위험 신호'였지만,
은호에게는 '귀찮음'을 해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마주했을 때,
성급하게 위험으로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의도(귀찮음, 호기심, 장난기
등)를 먼저 읽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