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안녕

by 테라
밤이 깊어갑니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통통거리는 발소리로 가득했을 공간에,
지금은 새근새근 쌕쌕거리는 고요한 숨소리만 내려앉았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마련한 원내 합숙의 밤.
우리 E1 친구들은 나란히 누워 평온하게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불을 덮어주며 작은 몸을 일정한 박자로 토닥여 봅니다.

졸업 전 함께 할 시간이 불과 나흘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생님들의 이 다정한 토닥거림을 온전히 누릴 시간이 또 언제 우리에게 허락될까요?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든 아이들의 뺨을 한 번 더 쓸어보게 됩니다.
함께 웃고 울며 자라난 이곳에서 하루를 온전히 지나는 오늘.
아이들이 이 따스함과 다정함을 먼 훗날 어느 밤에도 문득 떠올리며,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내 작은 친구들의 매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빛났습니다.
때로는 서툴러서, 때로는 너무 맑아서 눈부셨던 그 모든 순간이 제게도 큰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자신만의 단단하고 맑은 빛으로,
주변에 따스함을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사실을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아쉬운 날들,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게 그리고 눈을 맞추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1박 2일의 원내 캠프를 마치며 부모님들께 글을 올립니다.

내 작은 친구들과 행복한 하루를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부모님들의 따스한 응원과 신뢰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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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고요했던 숨소리가 아직 귓가에 선한데,

어느새 야속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 마침내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던 이곳이 오늘은 조금 낯선 공기로 가득 찼습니다.

꽃다발을 든 부모님들의 설렘 반 아쉬움 반 섞인 눈빛들,

그리고 그 앞에서 조금은 긴장한 듯 서 있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단상 위로 올라옵니다.


"위 어린이는..."


졸업장에 적힌 글귀를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가 자꾸만 가늘게 떨려옵니다.

처음 만나 울며 엄마를 찾던 순간부터, 친구와 다투고 속상해하던 날, 그리고 마침내 의젓한 형님이 된 오늘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겠지요.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졸업장을 공손히 받아 드는 아이와 마지막으로 눈을 맞춥니다.

불과 며칠 전 합숙 날 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하염없이 쓸어주었던 그 작고 따뜻했던 머리를

오늘은 대견함과 아쉬움이 가득 담긴 손길로 쓰다듬어 줍니다.


졸업을 축하해. 그리고 정말 멋지게 잘 자랐구나.


저의 떨리는 인사에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으로 답해줍니다.

그 해맑은 미소를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입니다.


'안녕'이라는 말에 담긴 두 가지의 의미 중,

반가움만을 누리던 우리들은 이제 '이별'이라는 다른 의미의 안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눈물이 훌쩍거리는 소리로 변해 여기저기 들리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모습도 보입니다. 이제 매일매일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았지만 그 이별의 무게를 실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으로 2025학년도 졸업식을 마치겠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정말 '안녕'을 말해야 할 때임을 알려줍니다.


선생님들 모두는 길게 한 줄로 친구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두 무릎을 바닥에 대고 섭니다.

졸업하는 친구들은 한 명씩 차례로 선생님들 앞을 지나며 깊은 포옹을 나누며 아쉬움과 대견함이 뒤섞인 인사를 나눕니다.

그제야 우리는 '진짜 안녕'을 실감하고 눈물을 왈칵 쏟아냅니다.

매해 올해는 웃으면서 보내줘야지 하는 다짐은 이렇게 또 지키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아이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자,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아이의 등도 작게 들썩입니다.

이 작은 가슴으로 전해오는 심장 박동 소리, 그 따뜻한 체온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는 듯 맞잡은 두 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친구까지 품에서 떠나보내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하나둘 멀어져 갑니다. 시끌벅적했던 인사가 모두 끝나고, 다시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내 작은 친구들아.

너희들의 눈부신 시작을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언제든 이곳이 그리울 땐 달려오렴.

두 팔 벌려 반가이 안아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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