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가장 많은 걸 배우는 시간, 9월 25일
자유놀이 시간, 선생님은 방관자가 아니라 관찰자이자 관계의 조력자입니다.
자유놀이 시간이 시작되면, 작은 친구들은 저마다의 세계로 흩어집니다.
블록을 쌓고, 인형을 돌보고, 종이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고...
규칙도 지시도 정답도 없는 시간,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을 탐색하지요.
어떤 아이는 혼자서, 어떤 아이는 친구와 함께 교실은 마치 작은 도시처럼 살아 움직입니다.
어떤 친구는 그룹을 형성하여 블록으로 그네들만의 건축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지글지글 보글보글, 요리사들로 변신하여 지구 최고의 음식을 요리하는데 분주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엄마, 아빠와의 다툼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역할놀이로 풀어내는 친구들도 있고,
동생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야단과 나무람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때로는 방긋이 화답하며,
때로는 듣지 못한 척, 보지 않은 듯 같은 공간에 머무릅니다.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른다는 것은 아이들의 감정, 관계, 거리, 욕구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아이가 친구들을 불러 모읍니다.
2-3명의 아이들이 모이는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봅니다.
"너는 언니해, 너는 엄마 해"
불러 모은 친구는 아무 역할도 맡지 않은 채, 두 친구의 역할을 배치하고 놀이의 상황을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아기는 울고, 엄마는 아기를 안아줘"
인형을 가져와 안겨주면서 역할을 배정합니다.
"엄마는 언니를 혼내봐. 언니는 울지 말고 참아야 해"
둘의 역할전개를 지켜보며 그 아이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놀이의 중심에 있지 않았지만,
그 상황이 그 아이의 이야기라는 것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 역할을 맡은 친구가 아기인형을 안아주며 역할에 몰입하기 시작하자
아이는 언니를 혼내라는 역할을 추가적으로 주문합니다.
"동생에게 양보하랬지? 장난감 정리 잘하랬지?"
집에서 흔히 들어봤을 엄마의 대사를 읊어나가니 언니역할을 맡은 아이는 특별한 대사 없이도
뽀롱 통한 표정만으로도 이 상황에서 공유하는 그들만의 감정들이 느껴집니다.
그날 아이들의 역할놀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의 감정, 관계의 거리, 표현의 방식, 그리고 가족 내에서 이 역할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없이 가장 많은 걸 배우게 되는 시간, 자유놀이 시간
적당한 거리에서 마음길, 눈길로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우리는 그 이야기의 조용한 독자가 됩니다.
자유놀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말없이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며, 가장 조용히 아이 곁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그것은 방관이 아닌, 존중과 기다림으로 이루어진 가장 섬세한 조력의 시간입니다.
자유놀이 시간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일상을 재현하고,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놀이 속에서
표현하는 시간입니다. 유아이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탐색하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쉬는 시간, 놀이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삶을 연습하고 관계를 탐색하며
자신의 내면을 안전하게 드러내는 심리적 작업의 시간입니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가족 내 역할, 관계의 거리, 억울함과 욕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놀이의 주도권을 갖고 놀이의 방식, 역할 순서를 스스로 결정하며 자율성을 발달시키고
놀이 중 갈등을 겪거나 친구와 협상하거나 양보하며 감정을 조절하며 해결책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역할놀이를 통해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관계의 거리와 규칙을 배우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탐색하기도 합니다.
이때 선생님은 놀이의 중심에 있지 않지만, 그 흐름을 바라보며 아이의 내면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적절한 거리에서 머무는 선생님의 존재는 아이에게 안전한 시선이 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때로는 눈길로, 때로는 조용한 미소로 아이의 감정과 관계의 조용히 읽어냅니다.
그것은 말보다 더 깊은 조력이며, 아이의 마음을 가장 조용히 듣는 방법입니다.
자유놀이 시간은 아이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며,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가장 진실하게 들리는 순간,
그 순간을 바라보는 눈길 하나가 교육의 시작이 됩니다.
자유놀이 시간,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있나요, '관리'하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