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고 싶은 마음을 지켜주는 일, 9월 24일
종이접기 시간, 색종이를 꺼내는 순간
아이들은 저 마다 원하는 색을 외칩니다.
"빨강 주세요."
"나는 파랑."
그중 한 아이가 확고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나는 분홍색만 할 거야, 다른 건 싫어!"
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은 금세 동이 나는 편인데 유독 더 인기 있는 색이 있고 그중 하나가 분홍입니다.
매번 분홍색 색종이를 여유 있게 준비한다 하는데도 분홍색이 똑 떨어져 버리는 날이 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이런 일들이 종종 있는지라
선생님들은 나름의 특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색을 고르지 않고, 선생님이 주는 색으로 하기!"
모든 친구가 원하는 색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유쾌하지는 않지만,
나만 이 상황을 맞이하는 건 아니라는 작은 위로를 삼고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다가도
아이의 단호한 선택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뒤로도 미동 않고 작은 망부석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이라면 한 번쯤은 마주했을 상황일 텐데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강한 표현의 아이를 바라보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와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바라본 아이의 표정에는 가득한 실망, 서운함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도 담겨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은 단순한 고집이라기보다 분홍색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던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아이에게 '고른다'라는 행위는 단순한 기호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선택과 바람을 이뤄주고 좌절을 피하자'가 아닌,
자신의 선택과 바람이 다른 방법으로 실현되는 경험은 단순한 고집이 아닌 감정의 표현과 자율성의 시작입니다.
그날 선생님은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이랑 같이 색종이에 분홍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해 볼까?"
"여기 분홍색 하트 스티커도 있는데 함께 붙여볼까?"
그 순간 아이의 눈은 반짝였고,
아이만의 분홍이 탄생하였습니다.
세상 그 어떤 빛깔보다 따스하고 특별한 분홍이었습니다.
유아기는 자율성과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입니다.
특히 색깔, 물건, 놀이 방식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집하는 행동은 자기 결정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강한 표현을 단순한 고집이나 반항으로 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이해하는 역할자의 다른 이름입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는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줍니다.
3세부터 7세 유아기 시기에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실현 가능한 선택지를 함께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에게 '내 감정은 존중받고 있다'는 신뢰감과 '스스로 선택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는' 자율성과 창의성의 싹을 틔우게 됩니다.
오늘 나는 아이의 강한 표현(고집)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였나요?
오늘은 아이의 표현을 '지도'가 아닌 '이해'로 받아들이는 하루로 지내볼까요?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는 마음에 나의 기준이 우선이진 않았는지 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