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직장인의 인문학 활용법
중년에 접어든다면 특히, 직장인이거나 기혼자라면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답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질문에 해답을 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상사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상사를 찾아 떠나게 되니까 말이다. (상사는 배우자로 바꿔써도 무방하다.)
흔히 주위에서 “와, 부장님(여보) 오늘 패션이 정말 멋지시네요!” 이런 류의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심각한 논리적 결함을 포함하고 있다. 소위 하수의 비논리적 칭찬이라 할 수 있다. 국어적 뉘앙스상 이 문장은 오늘은 멋지다는 뜻이다. 그럼 어제는? 과거의 시간 중에 오늘보다 멋지지 않거나 별로였던 날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직장인(기혼자)이라면 이런 결함과 불편함을 허용할 수 없다.
첫 번째로 멋지다는 것은 결코 옷으로 완성될 수 없는 말이다. 조인성은 몸뻬 바지를 입어도 멋있다. 옷만으로 해결된다면 패션모델들이 뭣하러 그렇게 다이어트에 힘쓰는가? 무한도전에서 GD가 일갈했듯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두 번째로 김춘수 시인의 작품 ‘꽃’을 생각해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가 그를 인지하고 그를 칭송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내가 상사(배우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유 없이 생각나고 가끔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바로 그 감정은, 내가 그를 인지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상사를 생각하는 마음은 내가 그가 존재함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그는 늘 아름다웠던 것이다. 내가 그를 알게 된 후 그는 늘 완벽했으며, 불완전이라는 단어가 침입할 시간을 찰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그를 우러러보는 것이며, 항상 칭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와 그의 관계가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일방향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그의 완성은 내가 인지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사랑하며 상호 간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관계, 이것이 바로 상사(배우자)와 나의 관계다. 이를 부정하는 순간 둘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으며 고독과 싸워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몰락하게 된다. 특히,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나는 관계를 부정하고 홀로 서려 할수록 가물고 춥고 비쩍 마른 황무지에 내던져질 것이다.
기혼자와 직장인들이여, 배우자와 상사는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단 한순간도 멋지고 완벽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이 점을 항상 마음에 품고 믿는다면, 더 없는 내세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상사분들께, 그리고 둘도 없는 배우자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