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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시작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 3

손절은 왜 어려운가?

by 눈사람

금융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손절이라고 대답합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고, 언제 손절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손절했는데 곧 반등해버리기 일쑤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손실이 너무 커질까 두렵습니다. 손절을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편향에 대해서는 많은 글이 있으니 각설하고, 손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손절 기준의 일관성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가 철석같이 신뢰하는 입시 전문가와 상담을 했습니다. 목표하는 대학에 입학하려면 2학기 첫 모의고사에서 평균 85점 이상을 맞아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2학기가 되어 받아본 첫 모의고사 성적은 평균 70점이었습니다. 입시 전문가는 목표를 낮추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깨끗하게 포기하는 부모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이번이 실수였다고 생각하거나, 믿었던 입시 전문가가 실력이나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자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는 사랑의 여러 겉모습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요.


A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있습니다. 이 투자자는 주가가 50일 이동평균선 근처까지 하락한 것을 보고 매수했습니다. 50일 이평선을 종가 기준으로 하향 돌파 시 손절을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불행히도 며칠 만에 50일 이평선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손절을 해야 하지만 A 주식에 대해 이틀 밤낮을 더 공부한 후, 이 투자자는 A 주식을 팔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사업보고서를 보니 대박이 가능한 신제품 출시가 두 달 뒤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이 투자자는 A 주식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손절 기준은 법률처럼 적용해야 합니다. 신호 위반을 하면 딱지를 뗄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 봤더니 20년 무사고 운전자나 안전운전 전문가라고 해서 딱지를 면제해 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손절을 할 때는 처음에 정한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손절 시점 부근에서 찾아낸 손절을 미루어야 할 이유는 어긋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2) 손절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금융투자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수익을 내기 위한 조건)을 간단한 식으로 나타내보겠습니다.


PX - LY > 0

단, P + L = 1


P: 수익이 발생할 확률 X: 수익이 났을 때 평균 수익률의 절댓값

L: 손실이 발생할 확률 Y: 손실이 났을 때 평균 수익률의 절댓값


식을 한 줄로 고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PX - ( 1 - P )Y > 0


손절과 가장 연관이 깊은 변수는 Y이고 Y를 중심으로 이 식을 다시 써보겠습니다.


Y < PX / ( 1 - P )


우리가 여러 번 매매를 한다고 가정할 때, 위 식을 만족하는 Y를 구하고 그 값을 중심으로 손절 기준을 정하면 금융투자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Y를 구하려면 P와 X 값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수익을 낼 확률(P)과 수익이 날 경우의 평균 수익률(X)을 알고 있어야 적정한 손절 수준을 구할 수 있습니다. P와 X를 안다는 것은 내 투자의 기댓값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P와 X는 내 경험과 능력, 시장의 흐름이나 기타 여러 변수 등에 따라서 계속 바뀔 수 있는 값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장기투자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상, 적절한 Y를 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3) 손절을 피하는 방법


저도 제 자신의 P와 X 값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손절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비겁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금융투자의 목표를 매매수익에 두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의 목표가 서울 중심지의 건물주인 것처럼, 제 금융투자의 목표는 *억 대의 금융자산(지수 및 우량 배당주 중심)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목표를 바꾸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매매차익이 아니라, 쌀 때 얼마나 많이 사모을 수 있는 가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투자자들처럼 주식이 오르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수나 우량주들을 싸게 사모을 수 있는 하락장을 기다리는 투자자가 됩니다. 본인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남들이 겁에 질려 팔아치울 때 주식을 사 모으는 역발상 투자를 하게 됩니다. 저축하는 마음으로 하락장에서 모아가는 투자(분할 매수)를 하게 되면 우량한 자산을 싼 가격에만 매수하기 때문에 손절에 대해 신경 쓸 일이 적어지게 됩니다.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은 배우고 익히면 잘할 수 있지만, 예술은 노력만으로 잘할 수 없습니다. 매도는 수익이 나서 팔아야 하는 경우와 손절을 해야 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저는 예술가가 될 그릇이 못 되는 것 같아서 기술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남들이 두려워하거나 관심이 없을 때 조금씩 사 모으다 보면, 그중에서 몇 가지는 시간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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