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기로 했다.

남의편과 싸우지 않는 이유

by 그로우마마

똑같이 일하고 집에 들어온다.
나는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하고, 남편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집어 든다.
누가 정한 역할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렇게 굳어버린 장면이다


밥을 하고, 반찬을 꺼내고,
수저를 가지런히 놓아야 식사가 시작된다.
아이들 밥을 챙기는 일도 늘 엄마의 몫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아무도 대신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간다.
소화도 시키지 않은 채 휴대폰을 보다 보면
금세 몸이 풀어지고, 잠이 온다.


그 사이 남은 것들.
식탁 위의 그릇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두 자매의 목욕.
이 역시 말하지 않아도 내가 한다.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화가 난다.
남편이 수억을 벌어오느냐고? 아니다.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스윗한 사람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과거에 크게 잘못한 적이 있어서 참고 사느냐고?
아니다.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왜 싸우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화도 냈고, 다툼도 있었다.
서운함을 말했고, 억울함을 따졌고,
왜 나만 이렇게 사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싸움이 반복될수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관계만 조금씩 닳아갔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사람도, 나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못하는 무언가를
그가 채워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그래서 선택했다.
서로 감정만 상하는 싸움 대신,
내가 조금 더 감당하는 쪽을.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잘났든 못났든,
이 삶은 누가 떠밀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고른 결과다.
그래서 이건
그 사람의 잘못만도 아니고,
나의 희생만도 아니다.
그저 선택에 따르는 책임일 뿐이다.


요즘의 나는
화를 내기보다는 내려놓는다.
기대하지 않으면 덜 실망하고,
덜 실망하면 마음도 덜 상한다는 걸
늦게서야 배웠다.
이건 체념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오늘도 나는
싸움 대신 평온을 선택한다.
조금 외롭더라도,
이 조용함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덜 아픈 사랑이니까.

작가의 이전글성공한 사람과 정말 성공한 사람의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