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제학을 부전공하였다. 숫자에 강했던 나였기 때문에, 경제학을 전공하면 분명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 이과와 문과를 넘나들며 머리를 써야 했다. 다만 수학은 어느 정도 답이 정해져 있지만 경제학은 그렇지 않다. 미시와 거시경제로 나뉘며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다. 부전공한 것을 후회했을 정도로 경제학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충 공부하고 시험을 보면서 머릿속을 채워갔지만, 금세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았다. 돈이 더 필요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종잣돈이 없었고 ‘진짜 경제’를 알아야 제대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자는 돈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돈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할 수 있고, 종잣돈이 있어야 본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돈 500만 원이 전부였다. 내 통장에 찍힌 5,000만 원이 아닌 500만 원. 그나마 이걸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 때도 어떡하던지 500만 원은 무조건 채워 놓았다. 500만 원은 나의 마지막 ‘심리적 보루’였다.
남들은 천만 원, 5천만 원 쉽게 모은다고 하는데, 이제껏 500만 원이 전부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빚을 지고 살지 않는 것도 다행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나는 쓸 돈, 쓰고 싶은 돈 아끼면서 알뜰살뜰 잘 살았다. 돈을 낭비한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저축을 해둔 돈이 고작 500만 원이라는 것에 어느 순간 망연자실했다.
결국 경제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알아야만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공부하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에 일어나서 또 공부했다. 마치 ‘공부의 신’이 들린 것처럼 주야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갔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쌓여만 가는 용어들이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웃풋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아웃풋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용어를 공부하며 ‘경제용어 쉽게 알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무 명의 열정 가득한 주부, 직장인 학생들이 매일같이 경제용어를 공부하고, 인증 사진을 올린다. 나는 학생들의 진도를 꼼꼼히 챙기고, 가끔씩 시험과 상품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두 번째 직업인 ‘경제지도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재미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고 돈이란 어떤 것인지 알고, 경제공부를 하니 더욱더 재미있다. 어려운 경제용어 이제는 그만! 500만 원도 이제는 그만!
공부를 못한다고, 돈을 못 모은다고 환경을 탓하기 전에 먼저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실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매일 ‘경제지도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그 꿈을 이루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기초가 무너지면 높이 올라가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초를 쌓으면서, 조금씩 투자를 하고 실전 경험도 쌓고 있다. 통장에 찍힌 500만 원은 나에게 소중한 꿈을 일깨워주고, 삶의 지혜를 주었다. 오늘따라 더 풍족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