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의 진짜 모습을 지워나가던 날들

by 곰비


일을 하면서는 '잘 팔릴 것 같은' 문구 고안하고, SNS를 하면서는 '좋아요'를 생각하며 글을 다듬었다.


디자이너가 글쓰기 관심이 있다는 것이 회사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나 보다. 그렇게 다 떠맡기듯이 줄 걸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을 텐데.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더 이상 그런 글을 쓰지 않아도 될 때가 와도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긍정적이고 유쾌한 자아를 꺼내어, 시간을 내어 읽어준 사람들의 기분도 좋게 만들어줄 만한 이야기를 썼다. 우울하고 실패가 두려운 나의 모습은 그 글을 쓰며 지워나갔다. 주변인 중에 누구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이제 글을 쓰고 나서도 감정을 훌러덩 벗어버린 것 같은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노란색 이모지와 짧게 끊어 쓴 글 속에 숨겨진 진짜 나의 모습이 나는 보였다. 내 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 블로그에 올릴 글을 생각하며 사진 30장을 고르다가 그만두었다.


'글이 내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쓰고 싶다.'


즐거운 모습만 담긴 그곳에 작은 먹물이라도 튀어 번져버릴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늘의 마음을 기록하기 위해 3년 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한 자 한 자 타이핑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제 갖지 않아도 되는 부담감은 덜어놓고 자유롭게 써보자.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글이 아닌 나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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