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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성 Dec 21. 2023

육아 이야기를 마치며...

"엄마는 꿈이 뭐야?"

모든 일이 딸아이가 던진 이 질문 하나로부터 시작됐다.


"음... 엄마는... 엄마는 꿈이... 글을 쓰는 작가야."

그랬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았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나름의 통찰력으로 기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꿈이라고 말은 던졌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그저 마음 깊숙이 꽁꽁 숨겨둔 나만의 버킷리스트였다. 충동적으로 책 쓰기 강의를 신청하고, 수강생들과 평일에 1개씩 총 40개를 쓰는 것을 목표로 써 내려갔다. 이렇게 함께 글을 쓰는 게 아니었으면 평생 꿈만 꿨을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초보 엄마들에게 '육아'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시작한 육아였다. 아이의 양육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은 물론이고, 사람 간의 거리두기 조차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자연주의 출산도,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것도, 1초 울음에 달려가는 것도, 3년간은 엄마가 밀착육아를 해야 하는 것도, 화를 내지 말고 아이를 대하라는 것도 해 보았지만 별거 없다고. 힘을 좀 빼라고 말이다.


제발 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하지 말고 내려놓을 수 있는 일들은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만의 시간을 꼭 확보해서 엄마의 마음이 지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붙잡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숨을 좀 쉬라고 말하고 싶었다. 남편, 친정엄마, 시어머니, 직장동료 간의 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나만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엄마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누구보다도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단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고, 좀 더 자신을 챙기라고, 누구랑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자고, 아이들은 알아서 정말 잘 자라고 있다고 말이다.




육아휴직 중이라 글을 쓰기가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쓰다 보니, 글감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지하철을 타더라도 어제와 다른 에피소드를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이 탈지 무슨 행동을 보일지 어떻게 소리 낼지 궁금하다. 황당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글의 소재로 써도 재밌겠다며 피식 웃기도 한다. 회사로 돌아가기 싫었는데, 회사에서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글감이 많아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는 건 또한 아이러니하다.


글을 쓰면서 좀 더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다시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기억해 내며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했다. 후회로만 가득 차 있을 것 같던 나의 육아의 여정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의 육아를 위해 나는 해볼만큼 해봤다고 여겼다. 그래서 할 얘기가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평일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웠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다. 원고는 마감이 쓴다는 작가님들의 말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놀렸다. 아이들은 글을 다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 자주 내게 물었다. 글을 쓰는 도중 아이들은 옆으로 다가와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열심히도 내 글을 읽어댔다. 부끄러우니까 읽지 말라고 화면을 가렸더니, 부끄러우면 글을 왜 쓰는 거냐며 의아해했다.


급기야 어제는 첫째가 내게 다시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냐고. 질문에 의도가 있어 보였다. 왜 그 질문을 하는지 물었다. 꿈이 바뀌었을 것 같아서 물어본단다. 작가라는 꿈은 엄마랑 안 맞는 것 같다고.


이유를 물었더니 세 가지 이유를 댔다. 

첫째, 단시간에 빨리 못 쓴다. 

둘째, 아이디어가 없다. 

셋째,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분량은 다 채웠다. 딸아이의 말처럼 꿈을 다시 설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환경에 나를 밀어 넣고 시도해 본 경험치를 얻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시도를 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조회수 1만도 넘겨보는 귀한 경험을 했다. 부족한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 그리고 구독해 주신 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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